롯데 박세웅(25·롯데)이 부상을 털고 3년 만에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미 150㎞의 직구도 씽씽 뿌렸다. 박세웅은 "팬들도 개막을 많이 기다리신다. 몸 상태와 컨디션이 좋아 빨리 시즌이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설레는 마음을 나타냈다.
2014년 KT에 입단한 뒤 이듬해 롯데로 이적한 박세웅은 2017년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그에게 '안경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과거 안경을 착용하고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을 이끈 최동원과 염종석의 계보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서다. 박세웅이 개인 최고 성적을 올린 2017년 롯데는 정규시즌 3위로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박세웅은 "대선배의 수식어를 이어받아 영광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이듬해 오른 팔꿈치를 다쳐 재활을 택한 박세웅은 1승(5패)에 그쳤고 결국 수술대에 올라 뼛조각을 제거했다. 지난해 6월 복귀했으나 3승6패, 평균자책점 4.20에 그쳤다. 롯데는 최하위(10위)로 떨어졌다.
올해 박세웅은 일찌감치 기대감을 모았다. 3월 자체 청백전부터 150㎞ 공을 던지며 부활을 알렸다. 청백전에 총 4차례 등판해 17⅓이닝을 던졌다. 3⅓이닝 10실점을 한 지난달 3일 청백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차례 등판에선 14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줬다. 18일 청백전에서는 민병헌과 안치홍-전준우 등 국가대표 출신 팀 동료를 연속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지난 24일 NC와의 연습경기에선 5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박세웅은 "2017년 개막 로테이션 이후 최근 2년간은 부상으로 빠졌다. 그래서 개막이 더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부상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떨쳐낸 덕분에 "통증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공을 던지니 부담감이 전혀 없다. 그래서 좋은 구위가 나오고, 내가 생각한 만큼 스피드가 나오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6월(평균자책점 9.82)→7월(4.71)→8월(3.86)→9월 이후(2.70)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안정된 모습이었다. 박세웅은 "2018년엔 복귀 이후 계속 안 좋아 문제점을 찾으려 했고, 지난해엔 차츰 좋아졌다"며 "현재 구위는 지난해 후반기보다 더 좋게 느껴져 기대감이 크다. 전체적으로 (2017년 당시) 좋았을 때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고 반겼다.
박세웅은 빠른 공과 포크볼이 강점이나, 슬라이더와 커브의 비중을 높여 무기를 다양화하고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그에게 먼저 다가와 커브 전수를 요청했을 정도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가, 그것도 메이저리그에서 44승을 올린 선수가 국내 선수에게 노하우 전수를 요청하는 건 이례적이다. "캠프 첫날 박세웅의 커브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한 스트레일리는 실전에서 이를 테스트 중이다. 박세웅은 "내 투구를 뒤에서 지켜보더니 다가와 알려달라고 하더라. 누구에게 내가 가진 것을 전수하는 건 처음이다"고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나랑 유형이나 공의 궤적은 다른 것 같은데 느낌이 괜찮은지 계속 던져보는 것 같다"며 "외국인 선수가 내 공을 좋게 평가한 만큼 '내가 좋은 공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자부심이 조금 생긴 것 같다"고 웃었다.
박세웅은 롯데 선발진의 토종 에이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이 미뤄져 어느 때보다 빡빡한 일정이다. 또한,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이 부친의 병환으로 고국으로 건너가 복귀까지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될 예정이어서 박세웅의 어깨는 더욱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팀도 점점 강해질 것이다"며 "더 좋은 시즌을 치르기 위해 준비를 잘해왔다. 그때(2017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나 역시 기대하고 있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단 팀이 우승하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규정 이닝을 채우고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