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년 뒤 도쿄를 기다리는 선수들]클라이밍 서채현-천종원 “올림픽 출전권 위해 다시 뛰어야죠”
등록2020.05.06 06:00
"1년 더 생겼으니 긍정적으로, 더 열심히 해야죠."
2020 도쿄 올림픽 1년 연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벌어진 사상 초유의 사태에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누군가는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길었던 근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로 올림픽 무대에 서는 영광을 기다리며 구슬땀을 흘렸던 선수들은 대회를 불과 4개월 여 남겨두고 전해진 연기 소식에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설 기회를 거머쥐는 듯 했던 서채현(17·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과 천종원(24·아디다스 클라이밍팀) 역시 대회가 연기되면서 모든 것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이 4월 중국 충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 선수권 대회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남녀 선수인 서채현과 천종원에게 각 1장씩 올림픽 출전권을 배분한 게 3월 초의 일이다. 하지만 다른 아시아 회원국들의 반발 속에 IFSC는 아시아 선수권 대회를 6월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고, 여기에 올림픽까지 연기되면서 대회를 다시 치러 출전권을 배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림픽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 속에서 마음이 흔들릴 수 있지만, 서채현과 천종원은 흔들림 없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천종원은 일간스포츠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연기로 아시아 선수권 대회도 미뤄져 개최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 열심히 준비해 내 실력으로 당당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흔들림 없는 각오를 전했다.
올림픽이 연기된 건 분명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두 선수는 '어쩌면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주어진 시간을 바라보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컴바인 금메달리스트인 천종원은 "여태껏 올림픽이 연기되는 일은 없었기에 예상치 못한 소식에 굉장히 놀랐다"고 당시 심경을 돌이켰다. 이어 "마음을 가다듬고 훈련할 시간이 더 생겼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훈련에 더욱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서채현도 "2020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직 부족한 실력을 조금이라도 더 보강할 수 있는 기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조금은 다행"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들에게 주어진 1년의 시간을 반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리드·볼더링·스피드 3개 종목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컴바인 종목에 적응할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천종원은 "사실 클라이밍이라는 종목이 올림픽에 첫 정식종목으로 들어가다보니 아직 선수들이 컴바인 포맷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며 "1년 연기된 시간 동안 많은 선수들이 컴바인 훈련을 통해 올림픽에서 더욱 기량이 좋아진 모습으로 참가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한국 클라이밍의 '떠오르는 샛별'로 김자인(32)의 뒤를 이어 세계 무대를 평정 중인 서채현의 의견도 비슷했다. 서채현은 "리드, 볼더링, 스피드 등 컴바인의 각 세부 종목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선수들 기량이 더 좋아질 것이라 본다"며 "특히 스피드의 경우 반복적으로 훈련할 경우 기록이 더 좋아지기 때문에 스피드 종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천종원의 주 종목은 볼더링, 서채현의 주 종목은 리드다.
서채현은 "올림픽을 위해서 주종목이 아닌 스피드를 1년 더 훈련해야 한다는 점이 아무래도 가장 어렵고 힘들다"며 "준비 기간이 길어진 만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칠 수 있지만, 우선은 올림픽 티켓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천종원도 "컴바인을 주 종목처럼 느낄 수 있도록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 나도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피 땀 흘려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을 이끌어 가는 '젊은 피' 서채현과 천종원에게 도쿄 올림픽은 커다란 기회다. 천종원은 "클라이밍이 올림픽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만큼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계실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며 "어떠한 결과로 끝나든, 끝난 뒤 전혀 후회가 없도록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착실하게 훈련하겠다"고 올림픽을 향한 각오를 전했다. 서채현도 "우선 올림픽 출전을 위해 노력하고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훈련해 더욱 좋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