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7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4번 타자 김재환이 3회말 무사 만루에서 역전 만루포를 쳤고, 외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4회 타석에서 3점포를 쳤다. 5이닝 만에 10점을 지원했다. 그러나 10-3으로 앞선 6회 수비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매 이닝 실점했다.
이용찬은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기복이 있었다. KT전도 초반 난조를 딛고 잘 버텨냈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무사 만루를 허용했다. 10-4, 6점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추격 빌미를 제공했다.
이 상황에서 불펜진은 구원투수가 되지 못했다. 마운드에 오른 박치국은 희생플라이와 적시타를 내줬다. 타자와의 승부 중에 교체되기도 했다. 심우준에게 2구 연속 볼을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산 벤치에서도 가급적 피하는 선택이다. 세 번째 투수 윤명준은 심우준에게는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 타자로 상대한 오태곤은 삼진으로 잡아냈다. KT 간판 타자 강백호에게도 1루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윤명준도 흔들렸다. 8회에 선두타자로 상대한 유한준과 후속 멜 로하스 주니어는 각각 삼진과 뜬공으로 잡아냈다. 그러나 황재균과 박경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셋업맨이자 좌완인 함덕주까지 투입됐다. 장성우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고, 이어진 조용호와의 승부에서도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7점 차로 이기던 경기에서 마무리투수까지 등판했다. 함덕주도 박치국처럼 심우준에게 연속 볼을 내준 뒤 이형범으로 교체됐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나선 투수는 4구째에 좌전 안타를 맞았다. 스코어 10-9. 1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형범은 이어진 위기에서 상대한 오태곤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그도 윤명준처럼 9회에 흔들렸다. 선두타자로 상대한 강백호에게 던진 137㎞ 투심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며 우월 홈런을 허용했다. 타선이 9회 공격에서 1득점하며 달아났지만, 다시 위기감을 조성했다. 불안한 조짐도 들어 맞았다. 2사 뒤 상대한 황재균에게도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11-11 동점.
이미 과정에서 진 경기였다. 결과는 승리였다. 10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형범은 2사 2루에서 신인 강현우에게 적시 중전 안타를 맞았다. 두산 벤치는 그제야 투수를 교체했다. 패색이 짙었지만, 오재일이 10회 선두타자로 나서 동점 홈런을 쳤다. 11회는 KT 내야수 박승욱이 포구와 송구 실책을 한 덕분에 끝내기 득점을 할 수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불펜진에 한, 두 자리를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고민으로 표현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초반 승수 쌓기를 위한 화두로 삼은 듯 보였다. 9일에는 불펜투수 이동원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4년 차 우완 문대원을 올리기도 했다. KT전에서는 패전조, 추격조가 아닌 주축 투수들이 무너졌다. 불펜 소진을 최소화할 수 있던 경기에서 필승조가 모두 나섰고, 동점과 역전까지 허용했다.
두산 불펜진은 다섯 번째 경기 정규이닝까지 16⅔이닝을 막으며 18점을 줬다. 9점(9.76) 대 평균자책점이다. 개인 컨디션, 벤치의 운용 모두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투구 수만 맞추면 되는 선발투수와 달리 불펜투수들은 코로나19정국에서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수 구단이 같은 상황이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도 시즌 초반에 고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