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방역과 무관중 경기로 순조롭게 개막한 하나원큐 K리그 2020 1라운드가 치러진 첫 주말은 평온했다. 전국 11개 경기장에선 K리그1(1부리그)과 K리그2(2부리그) 홈 경기는 별 탈 없이 무사히 치러졌고, 전세계 36개국으로 팔려나간 중계권 덕분에 세계적인 관심까지 한 몸에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개막한 K리그의 방역 시스템과, 확산 방지를 위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 역시 재개를 앞둔 전세계 축구 리그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는 등 K리그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수반됐다.
순조롭게 개막 라운드를 치른 K리그는 안정세에 접어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이와 맞물려 조심스럽게 유관중 전환 분위기를 엿보고 있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지되고 생활 방역 체제로 전환되며, 확진자 수도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당초 예상보다 빠른 유관중 전환이 가능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커졌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팬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고, TV 중계를 통해 오랜만에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본 팬들 역시 축구장에 돌아갈 날이 조금이라도 빨라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K리그가 관계자들의 노력 속에 무사히 개막 라운드를 치러낸 그 주말, '용인 66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 각지에서 나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K리그1이 개막한 8일부터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금세 다시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결국 정부는 13일로 예정했던 초·중·고 등교 개학을 다시 일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등교 개학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유관중 전환을 위해 지켜보던 기준 중 하나였다. 연맹은 정부의 생활 방역 지침과 등교 개학 등 코로나19 대응 방침과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유관중 전환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등교 개학이 원래대로 이뤄지고, 코로나19가 잦아드는 추세 속에 많은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유관중 전환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등교 일자가 결정된 뒤 각 구단에선 아무리 늦어도 5, 6라운드를 전후해 유관중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구단들도, 연맹도 섣불리 유관중 전환 이야기를 꺼낼 수 없게 됐다. 전국 각지로 퍼진 확진자와 이를 통한 지역 사회 감염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관중 전환은 '무리수'가 될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초반만 잘 버티면 곧 관중 입장이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아쉽다. 막연한 기다림이 다시 시작된 것 같다"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또다른 구단 관계자도 "이태원 사태 이후 (기대를)내려놨다. 어찌됐든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신중한 건 연맹도 마찬가지다. 이종권 연맹 홍보팀장은 "선수와 관중 모두가 안전한 시점에 유관중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원칙이고, 당초부터 특정 시점을 못박은 바는 없다"며 "최근 확진자 증가 상황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관중 전환 시점은 정부의 방침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