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비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 넘게 성장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소매 판매 지표가 악화했지만 수입차 판매는 거꾸로 간 모양새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70% 인하에 더해 올해 들어 아우디와 폭스바겐, 한국GM의 쉐보레 브랜드가 가세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수입차 성장의 유일한 불안요소는 코로나19가 아닌 불매운동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차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개소세 내리자 판매 '껑충'
1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4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9% 증가한 2만2945대로 집계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5사의 4월 판매 증가율이 6.5%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도 수입차 시장이 성장한 배경으로 정부의 개소세 70% 인하 정책, 브랜드별 대규모 프로모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승용차 개소세를 5%에서 1.5%로 감면한 이후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수입차 경우 개소세 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아울러 수입차 브랜드들이 개소세 인하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프로모션을 진행한 점도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아우디 부활에 쉐보레까지 더해져
수입차 성장에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부활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해와 달리 아우디, 폭스바겐의 판매 정상화에 따른 순증 효과가 더해진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브랜드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시장의 '절대강자'인 벤츠와 BMW는 지난달 각각 6745대, 5123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3.1%, 58.8%의 실적 증가를 이뤘다. 4월 기준 누계 판매량을 살펴봐도 벤츠는 8.6% 오른 2만2145대를, BMW는 45.7% 오른 1만6454대를 기록하며 탄탄한 실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지난달에만 각각 2043대, 1345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의 회복세를 뒷받침했다. 이들 브랜드는 지난해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판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0대' 판매의 설움을 극복했다. 누적 판매량도 아우디는 75.5% 늘어난 4492대를, 폭스바겐은 929.5% 증가한 4880대를 기록하며 시장 입지를 회복하는 상황이다. 특히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모델은 지난달 1180대를 판매해 두 달 연속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입차 중 월간 판매량 1000대를 넘긴 모델은 이 차량이 유일하다.
독일차 빅4의 활약에 한국GM 쉐보레 브랜드의 수입 모델 판매량이 더해진 점도 수입차의 판매량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GM이 수입해 판매하는 물량을 별도로 집계한 쉐보레 브랜드는 지난달 1133대로 수입차 5위에 올랐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4943대로 수입차 전체 3위에 해당한다.
일본차가 유일한 약점?
업계는 일본차 브랜드의 판매량만 회복되면 수입차 역대 최대 판매량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본격화된 일본 불매운동이 여전히 뜨거워서다. 토요타·혼다 등이 대규모 할인과 장기 무이자 할부 등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은 이어지고 있다.
실제 1분기 일본차 누적 판매량은 43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6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럽차가 1만6093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2%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브랜드별 1분기 일본차 판매량을 보면 토요타가 1345대, 렉서스 1395대, 닛산 611대, 혼다 923대, 인피니티 103대다. 전년 대비 감소율은 토요타가 52.6%, 렉서스 66.7%, 닛산 43.3%, 혼다 68.6%, 인피니티 81.2%다. 급기야 닛산은 기존 11개 전시장 가운데 지난달 2곳을 폐쇄했고 이달에도 2곳이 추가로 문을 닫는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게임업체인 닌텐도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지만, 일본차 업체들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면서 "고객 인식 변화를 이끌어줄 신차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