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등 SNS에서 '사이버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학생 사건의 가해 남학생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5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은엽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A(18)군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A군은 지난 2018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전 여자친구인 피해자 B(사망 당시 15세)양을 성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B양은 비방글이 올라온 당일 오후 8시쯤 인천시 남동구의 한 고층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엄마, 아빠 사랑해요' 등이 적힌 유서가 발견돼 경찰은 B양이 21층 자택에서 투신한 것으로 추정했다.
재판부는 A군이 페이스북 메신저와 지인을 통해 '이 글 안 보면 찾아간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혐의(협박)는 공포심을 일으킬 만큼의 행위가 없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어 "A군의 게시물이 단초가 돼 나이 어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1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공간의 세상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공간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B양의 부모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언제까지 미성년자라고, 학생이라고 관용을 베풀어 주실거냐"면서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범죄로 죄의식도 없이 더욱 더 폭력성이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칼로, 흉기로 얼굴을 보고 말해야 협박죄가 성립이 되는거냐"면서 "수십 통의 메신저로 한 협박이 명예만 훼손할 뿐 제 딸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악랄해지는 사이버 공간 속의 폭력적인 십대들에게 경종을 울려주셔야 할 사건"이라며 "사이버 속에서 상대를 위협하는 모든 행위가 협박으로 남는 첫 판례가 될 수 있는 재판이 되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