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시절 톱 인기를 누린 가수 유빈이 CEO라는 새로운 직함을 얻었다. 14년 활동하며 배운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니지먼트 회사 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바지사장은 아니다. 14년차의 인맥을 동원해 배테랑으로 직원들을 꾸리고 직접 음악방송 페이스 미팅을 돈다.
첫 페이스미팅 날을 떠올린 유빈은 "PD님을 비롯한 매니저분들이 '네가 왜 여기서 나와?'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셨다. 페이스타임에 나오신 대표님들도 내가 어려서부터 본 분들 혹은 JYP 출신들이라서 감사하게도 많이들 도와주셨다. 솔직히 정말 무서웠고 떨면서 갔다"고 전했다. 긴장했지만 직접 방송국에 나선 배경에 대해선 "내가 다 알고 싶었다. 오래한 매니저님들 처럼 능수능란하진 않지만 앞으로 하는 과정을 내가 알아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 세우고 처음 나오는 싱글이라 이것저것 부딪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코나 강다니엘 등 남자아이돌이 1인 기획사를 설립한 사례들은 종종 있었지만 여자아이돌이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유빈이 이례적이다. 그는 "사업하는 아버지 영향도 있었고, 가까이서는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를 보면서 자랐다. 원더걸스 활동을 하면서도 '우리끼리 소소하게 회사 차리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도 한 적이 있다"면서 꿈꿔왔던 일을 현실로 이뤘다고 했다.
유빈의 독립 선언에 박진영은 지원군을 자처했다. "처음 회사 차린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너무나 큰 응원을 해주셨다.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땐 이런 점을 신경 쓰는 것이 좋고, 힘든 것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힘이 났다"고 유빈은 기억했다. 또 "박진영PD님 뿐만 아니라, JYP에서 많은 연락이 와서 감사했다. JYP에서 배웠던 것을 스스로 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다. 전 소속사 식구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실감하게 됐고 더 감사하게 됐다"고 전했다.
원더걸스 인연도 계속 이어간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선미 매니저로 이름을 알렸던 해주 실장이 곁을 지킨다. 혜림은 소속 아티스트로서 유빈을 믿고 따라왔다. 주변의 도움에 유빈은 "인복이 있는 것 같다"면서 "덕분에 용기를 얻어 회사를 차리게 됐다. 힘들 수도 있지만 저질러본다는 마음으로 세우게 됐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해야하는 건지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몰라서 차렸다. 혜림이한테 오히려 긍정 에너지를 많이 받는 중"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유빈의 첫 행보는 21일 발매한 싱글 '넵넵' 활동이다. "1부터 100까지 모든 과정을 해본 첫 앨범이라 만감이 교차한다. 대중 반응에 대한 큰 기대감을 갖기 보다는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욕심 많은 아티스트 유빈과 현실적으로 결정해야 할 CEO 김유빈 사이에서 예산 고민이 컸는데, 나쁜 선택 없이 잘 이끌고 온 것 같아 다행이다. 다음 앨범은 더 잘할 수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각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