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타격이 있는 패전 뒤에도 후유증이 오래가지 않는다. 하루 만에 전열을 정비하고 연패를 막는다. 저력은 여전하다.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는 팀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 경기력은 안 좋다. 일단 불펜이 흔들리고 있다. 마무리투수던 이형범은 이미 자리를 내줬다. 상대 타자와의 상대 전적, 투수의 컨디션을 고려해 등판 순서를 정하고 있지만, 아직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16경기 기준으로 8.02. 10위 기록이다.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팀으로 평가받지만 실책(12개)도 많다.
5할 승률은 지켜내고 있다. 상위권 그룹이다. 지난 주중 3연전까지는 스윕도 없고, 4연승도 없다. 그러나 연패도 없다. 패전 뒤 맞이한 경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안 좋은 흐름을 잘 끊어냈다. NC와 치른 지난 주중 3연전에서는 위닝시리즈를 내줬지만, 다른 네 팀과의 3연전은 모두 우세로 마쳤다.
회복 탄력성이 좋은 팀이다. 개막 시리즈부터 그랬다. 두산은 5월 5일 열린 LG와의 개막전에서 2-8로 패했다. 불펜 난조가 시작된 경기다. 1-3, 추격 사정권에서 맞이한 8회말 수비에서 빅이닝을 내줬다. 베테랑 이현승, 유망주 채지선, 영점을 잡았다던 파이어볼러 이동원이 모두 안 좋은 내용으로 점수를 헌납했다. LG는 1989년 이후 31년 만에 두산전 개막전을 잡았다.
그러나 두산은 이튿날 열린 2차전에서 5-2로 낙승을 거뒀다. 타선은 3회 5득점 하며 기선을 제압했고 선발투수는 6회까지 2점만 내줬다. 셋업맨과 클로저도 실점하지 않았다. 개막전 패전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3차전도 9-3 대승.
두산은 이후에도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는 잡았다.
8일 KT전에서도 선발 유희관과 불펜투수 최원준, 박신지가 12점을 내줬다. 개막 3연패를 당하고 온 팀에 무기력하게 패했다. 9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며 안 좋은 기운이 이어진 상황.
그러나 10일 경기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이겼다. 9회에만 홈런 2개를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고, 10회는 신인 강현우에게 적시타를 맞고 역전 당했다.. 패색이 짙던 10회 공격에서 오재일이 동점 홈런을 쳤고, 11회에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득점을 했다.
13일 사직 롯데전도 마찬가지다. 2-5로 앞선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교체 출전한 류지혁이 정보근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처리하지 못한 뒤 선발 이영하가 급격히 흔들리며 3점을 내줬다. 이후 역전과 재역전 허용했고, 9-9 동점이던 9회말에 이형범이 민병헌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했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뜨거웠던 롯데가 끝내기 승리로 기세가 살았다. 그러나 두산은 이 시리즈의 3차전도 이겼다. 1회에 2점을 내주고 시작했지만, 오재일이 공격을 이끌며 승리했다. 김태형 감독은 2회 공격 도중 파울 여부를 두고 나온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이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1일 NC전은 올 시즌 가장 치명적인 패전이었다. 리그 1위를 달리던 NC에 1차전에서 졌지만, 2차전을 잡았다. 시리즈 승패를 가리는 경기였다. 9회까지 4-3으로 앞섰지만, 1사 뒤 9실점을 했다. 6-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미 15일 롯데전부터 1인 마무리투수 체제를 접었지만, 이 경기에서는 '전' 마무리투수 이형범을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우완 사이드암투수 최원준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최악의 분위기로 대구 원정을 떠났다. 가장 타격감이 좋은 오재일이 옆구리 부상을 당하며 공격력 저하가 우려되기도 했다.
두산은 이런 상황에서도 우승 후보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1·2차전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하며 완승을 거뒀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타격감은 5월 내내 뜨겁다. 잔 실수가 많던 류지혁이 타석에서 활약하며 반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주전 2루 경쟁을 하고 있는 최주환과 오재원의 활약도 오재일의 공백을 메워내는 타격을 했다.
김태형 감독은 6월 이후에나 불펜 정상화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선수단도 잘 알고 있다. 타격 사이클은 오르고 내린다. 부상 변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주축 선수가 힘을 내고, 부진하던 선수도 만회하는 경기력을 보여준다. 패전, 졸전 뒤 바로 경기 집중력을 회복했다.
올 시즌 4연승 이상 거두며 상승세를 탄 팀은 여섯 팀이다. 두산은 23일 현재 기준 8~10위와 함께 연승이 없는 그룹이다. 그러나 차분히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