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옛날부터 어른들이 화투를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오래 화투를 가지고 놀았나보다. 결백을 가려서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게 해달라."
그림 대작(代作)’ 논란에 휩싸인 가수 조영남이 결백과 억울함을 주장하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정에서 사기혐의로 기소된 조영남 등의 상고심 공개 변론을 가졌다. 조영남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화가 송 모씨, 오 모씨 등이 그린 그림을 돈을 주고 넘겨받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판매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 씨 등 조영남의 조수가 그림을 그리면 조영남이 가벼운 덧칠만 하고 서명을 남겨 판매를 했다며 검찰은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1심에선 온전한 조영남의 창작물이라 할 수 없고 구매자들에게 조수 사용에 대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를 적용했지만, 2심에서는 조수를 통한 작품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서는 관행과도 같은 방식이고, 구매자들의 주관적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기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검사는 회화에서 화풍과 색채는 중요하다면서 대작 화가가 그린 걸 10만원에 산 그림을 조영남이 거액에 판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는 "1심에선 사기죄로 판단해 유죄로 인정했지만 원심에선 무죄였다. 이 사건은 핵심은 그림을 그릴 때 조수를 사용해도 되는지 판단하는 게 아니다. 그림을 구매한 구매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송 씨 등은 독립된 장소에서 독자적으로 그림을 완성했고, 조영남은 액자를 뜯지도 않은 상태에서 경미한 덧칠 작업만 했다. 송 씨는 조수가 아니라 대작 화가에 가깝다. 구매자들이 대작 작가의 존재를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림을 직접 그렸는지 여부는 굉장히 중요하다. 직접 그림을 그렸는지 여부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라면서 "피고인은 유명 가수라는 점을 이용해 다른 화가와 달리 쉽게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실력있는 화가로 인정 받고 싶은 과한 욕심에 대작 화가에게 그림을 맡기고 거액으로 판매했다. 또 조수 사용은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말로 화가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또 다른 유명인이 부와 명성을 이용해서 고수익을 올리는 일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미술계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그림에서 중요한 건 작가의 독창성과 아이디어다. 실제로 그림을 구매한 구매자들도 화투라는 소재의 독창성을 보고 구매했지 잘 그린 그림이라서 산 게 아니라고 했다. 화투를 소재로한 독특한 아이디어가 담긴 조영남의 작품이라는 점이 구매 이유였다. 검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구매자에게 조수 사용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게 기망행위이고 문제가 된다면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후 환불 요청이 있었어야했는데 수사가 시작된 후 언론에 알려진 뒤에도 환불 사태는 없었다. 작가의 철학과 사상을 어떻게 구현해야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여부다. 또 조영남은 조수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방송을 통해 여러차례 공개한 바 있다"면서 "그런데도 사기죄가 적용된다면 피고인 뿐만 아니라 화투 그림을 판 갤러리 관계자, 추천한 지인까지도 모두 사기죄를 적용받아야 한다. 지나친 형벌 확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조영남은 최후 진술에서 "지난 5년간 소란을 일으킨 것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 뒤 "평생 가수 생활을 해왔지만 제가 다닌 용문 고등학교 때 미술 부장을 지낼 만큼 미술을 좋아했고 좋아한 만큼 50년 넘게 그림, 특히 현대미술을 독학으로 연구한 끝에 40여차례에 걸친 전시를 하면서 어느덧 화투를 그리는 작가로 알려졌다. 처음 화투 작품을 하게 된 건 앤디워홀이 코카콜라를 그려 크게 성공한 걸보고 한국인에게 대중적인 화투를 팝아트로 옮겨내게 됐다. 세밀한 화투를 그리면서 조수도 기용했고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TV로 보여주기도 했다. 작업 방식을 누구에게나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술엔 어떤 방식이나 규칙이 없다고 생각한다. 100% 자유와 창의력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화투를 통해 한국인의 애환을 담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옛날부터 어른들이 화투를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오래 화투를 가지고 놀았나보다. 내 결백을 가려서 앞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