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안 속에 있지만, 그마저도 축구에 대한 유럽의 열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지난 3월 멈췄던 유럽 축구가 약 3개월 만에 재개를 앞두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지난달 28일 "2019~2020시즌을 6월 17일에 재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무국의 발표에 따르면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전 영향으로 연기된 애스턴 빌라-셰필드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아스널 경기가 수요일인 17일에 먼저 치러지고, 이후 19일부터 모든 팀이 경기를 치르게 될 예정이다. 물론 모든 경기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질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유럽을 휩쓸면서 지난 3월 13일 무기한 중단된 프리미어리그가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에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고 있다. 재개를 앞두고 리그 구성원들을 전수 검사한 결과 내부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아직은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4차 검사 끝에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고, 영국 정부도 이번 달부터 경마와 축구, 크리켓, 골프 등 스포츠 경기 재개를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재개가 사실상 확정됐다.
프리미어리그는 무관중 경기로 재개되는 만큼 팬들이 남은 경기들을 모두 볼 수 있도록 경기 시간도 조정해 주중·주말 모두 한 경기 이상 개최하고, 토·일요일의 경우 경기 시간이 겹치지 않게 킥오프 시간을 네 개로 나누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프리미어리그의 리처드 마스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집에서 가능한 한 많은 팬이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프리미어리그가 재개되면 리버풀이 우승을 향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은 리그 중단 전까지 27승1무1패(승점82)로 2위 맨체스터 시티(18승3무7패·승점57)에 무려 승점 25점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1989~1990시즌 이후 30년 만에 우승을 노리던 리버풀은 리그 중단으로 인해 독주를 달리고도 우승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으나, 순조롭게 리그가 재개될 경우 남은 9경기 중 2경기만 승리하면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게 됐다.
리그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건 프리미어리그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가장 먼저 리그를 중단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역시 이번달 20일 재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세리에A는 3월 9일 사수올로-브레시아전을 끝으로 시즌을 중단했는데, 빈첸초 스파다포라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이 직접 이탈리아축구협회(FIGC) 이탈리아축구선수협회, 세리에A 사무국 등과 회상회의를 통해 논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다포라 장관은 "이탈리아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축구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며 "6월 20일에 시즌을 재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물론 세리에A 역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리그를 다시 중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찌감치 재개를 위해 움직였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이번달 11일 세비야와 레알 베티스의 경기를 시작으로 다시 축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스페인 정부가 6월 8일부터 리그 재개 허가를 내린 상황이라 재개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 팀당 11경기를 남겨둔 프리메라리가 역시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로써 유럽 프로축구 5대리그 중 조기 종료를 결정한 프랑스 리그1을 제외한 독일 분데스리가(5월 16일 재개)를 필두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가 모두 돌아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