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와 두산의 경기가 3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KT 선발 소형준이 6회초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친뒤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있다.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06.03. "자기가 인정하는데 제가 따로 할 말이 없네요."
이강철 KT 감독이 편안한 표정으로 소형준(19)의 무실점 투구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KBO 리그 역대 최다승 3위(152승)인 이 감독도 감탄했다.
소형준은 지난 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자신의 데뷔 다섯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섰다. 쾌투였다. 7이닝 동안 안타는 2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실점은 없었다. 종전보다 체인지업의 비율을 늘렸다. 포심, 투심 패스트볼(합계 41개)의 비율과 비슷한 수준인 39개를 던졌다. 스트라이크를 잡는 제구를 증명했다. 두 조합의 위력은 기대 이상. 두산 거포 라인인 김재환과 오재일도 중요한 순간에는 삼진과 땅볼로 물러났다.
소형준은 담담했다. 승리보다 볼넷 3개를 내주며 흔들린 3회를 더 주목했다. "볼넷을 내주지 않았어야 했다"며 말이다.
시즌 4승을 거둔 4일 열릴 예정인 3차전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한 기사를 확인한 모양새다. 이 감독도 "9번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점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그 부분을 본인이 인정했고,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실점 없이 마무리를 했다. 내가 뭐라고 할 부분이 없다"며 웃었다.
이 경기 백미는 3회초 2사 만루 상황. 소형준은 2018시즌 MVP 김재환을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모두 헛스윙을 유도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던진 시속 145㎞ 포심 패스트볼은 바깥쪽(좌타자 기준)에 살짝 걸쳤다. 스윙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건드릴 수 없었다.
이 감독도 이 장면을 보고 "정말 야무지게 투구를 한다고 생각했다"는 속내를 전했다. 3회초 투구만으로 선수의 잠재력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효과를 본 체인지업에 대해서도 "왜 이제야 투구 비율을 높였는지 의아할 정도였다"고 칭찬했다.
소형준은 3일 등판에서 7이닝을 소화하며 데뷔 다섯 경기 연속 5이닝을 채웠다. 역대 여섯 번째 기록이다. 2002년에 이 기록을 세운 김진우(전 KIA·은퇴)가 소환됐다. 이강철 감독이 현역 시절에 입단한 후배다. 오랜 시간동안 꽃을 피우진 못했지만 대형 신인다운 투구로 리그에 활역을 불어 넣었다.
이 감독은 "(김)진우는 구위가 좋은 투수였다. 커브도 잘 던졌다. 그러나 컨트롤은 (소)형준이가 확실히 더 좋은 것 같다"며 자신의 소견을 전했다.
KT는 배제성(23)과 김민(21), 소형준이 좋은 투구를 이어가며 선발 야구를 실현하고 있다. 감독은 든든하다. "현재 우리 팀을 끌고 가고 있다"며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