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구속 위기를 맞았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2시40분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 정문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기각됐는데 심경 한 말씀 부탁드린다”, “불법합병 지시 아직도 부인하나” 등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다만 “늦게까지 고생하셨다”라고 짧게 말하고 귀가 차량에 올랐다. 이어 구치소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제네시스 G90 승용차에 타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전날 오전 10시30분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지 16시간여 만의 귀가다. 함께 구속영장이 기각된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이 부회장이 떠난 직후 구치소 정문을 나와 준비된 차를 타고 떠났다.
이날 오전 2시께 서울중앙지법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 3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직후 검찰은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변호인단은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