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가 성사되면 현장과 미디어 그리고 팬은 으레 해당 팀의 손익을 두고 왈가왈부한다.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유망주 투수 박세웅(25)과 주전급 포수 장성우(30)를 메인 카드로 단행된 롯데와 KT 사이 트레이드는 5년이 지난 현시점까지도 평가가 갈린다.
그러나 이름값, 전력 저하 정도 등 당장 드러나는 지표를 기준으로도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단행된 두산과 KIA의 1대1 트레이드는 두산의 선택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다. 내야수 류지혁(26)을 내주고 투수 홍건희(28)를 영입했다.
류지혁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497경기를 뛰었다. 풀타임 주전은 한 시즌도 없다. 백업으로만 꾸준히 100경기 이상 타선 선수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타석에서도 종종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타격을 보여줬다.
3루수 허경민, 2루수 오재원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류지혁은 백업 1순위다. 지난 주말 KIA전도 선발로 나섰다. 이런 선수를 내줬다. 영입한 홍건희는 166경기에 등판한 입단 10년 차 투수. 선발투수로 기대받았고 마무리투수 경험도 있다. 그러나 그의 활약 소식은 그야말로 종종 들렸다. 좋은 투구를 꾸준히 이어 가지 못했다.
두산은 지난달 29일에도 SK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포수 이흥련(31)을 내주고 투수 이승진을 영입했다. 이승진(25)은 두산 5선발 이용찬(31)이 팔꿈치 수술로 이탈한 상황에서도 대체 선발로 내세우지 못했다. 더 지켜볼 생각이다. 반면 SK는 공격과 수비 모두 새 포수의 가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런 현상 뒤에 류지혁까지 이적했다. 밑지는 장사가 두 번 연속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산팬의 비난은 컸고, 홍건희도 환영받지 못했다.
이 트레이드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해당 두 선수의 능력이나 팀 기여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산은 마운드 강화라는 명확한 목표를 위해 등가 교환에 집착하지 않았다. 이승진 영입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주까지 두산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6.73. 9위다. 흔들리는 허리와 뒷문은 그대로 둔다면 연쇄 부작용이 발생할 게 뻔하다는 분석으로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결국 '슈퍼' 백업 내야수의 공백으로 발생하는 불리와 불펜 붕괴 방치의 위험성, 이 두 가지 상황을 두고 계산기를 두들겨야 했다. 류지혁의 공격 기여도와 가용 투수가 한 명 더 추가됐을 때의 마운드 운영 효과를 두고 저울질을 해야 했다. 이 트레이드는 그런 고민의 결과다.
두산은 모기업 사정으로 인해 매각설이 불거졌다. 예비 FA(프리에이전트)가 많고, 그 가운데 주전 내야수도 있다. 잔류 인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류지혁은 그런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한 자원으로 여겨졌다. 그가 주말 KIA전에서 주전급 기량을 보여준 점도 이러한 '계산'에 설득력을 더했다. KIA에 내준 것에 분개하는 팬이 많은 이유다.
그러나 예비 FA의 이적을 대비하려다가 시즌 농사를 망칠 수도 없는 일이다. 통합 2연패를 목표로 삼은 팀이다. 아무리 공격력이 좋고, 수비가 탄탄해도 마운드가 흔들리면 목표 달성은 어렵다. 두산이 특유의 '화수분' 야구를 과신했다기보다는 마운드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협상을 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두산을 향한 평가는 항상 박하다. 리그 2위에 올라 있어도 문제점이 더 많이 언급된다. 항상 현재와 미래를 두루 잘 준비한 팀이기에, 류지혁의 부재로 조성된 불안감이 더 도드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트레이드 성패조차 예단할 수 없다. 홍건희나 이승진의 활약 여부는 다음 문제다. 두 투수가 한 이닝이라도 더 막아주면, 기존 주축 불펜 투수들이 컨디션을 잘 관리할 수 있고 궁극적 목표인 마운드 강화를 노릴 수 있다. 트레이드 손익은 나중에 판단할 일이고, 빠른 대처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