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역대 가장 늦게 개막한 2020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 한동안 허덕였다. 개막 후에 한 달이 흐른 지금, 언제 그랬냐는 듯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두산 박건우와 삼성 박해민(이상 30)이 대표적이다. 개막 후 20경기 지난 시점에 타율이 1할대로 떨어져 고전했으나 어느덧 3할 언저리로 끌어올렸다.
지난해까지 개인 통산 타율 0.331을 기록한 박건우는 5월 30일까지 타율 0.190에 그쳤다. 규정 타석을 채운 60명 중 꼴찌였다. 리드오프로 개막을 맞이한 그는 9번 타순까지 추락했다.
5월의 마지막 날 롯데전에서 5타수 3안타로 전환점을 만든 그는 이달 들어 15일까지 타율 0.468로 반등했다. 총 12경기 가운데 3안타 이상 경기만 네 차례 기록 중이다. 1할 중후반에서 2할 초반을 오간 타율은 차츰 끌어올리더니 13일 한화전(특별 서스펜디드)에서 4타수 3안타를 기록해 시즌 첫 3할 타율에 진입했다. 15일 현재 타율은 0.305. 타격 부문 순위도 60위에서 22위로 수직 상승했다.
삼성 주장 박해민 역시 마찬가지다. 5월 22일까지 타율 0.182로 극도의 슬럼프에 빠졌다. 결국 다음날(23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큰 부상 없이 2017년 개막전부터 세 시즌 넘게 이어오던 현역 선수 최다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이 448경기에 멈췄다.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오치아이 에이지 퓨처스리그 감독이 "몇 년간 네 유니폼이 너무 깨끗하다"는 한 마디에 깊이 깨우쳤다.
퓨처스리그 9경기에서 타율 0.364에 타격감을 조율한 박해민은 지난 6일 1군에 재등록된 뒤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최근 9경기에서 타율 0.517을 기록했다. 소속 팀 삼성이 4승2패로 상승세를 탄 6월 둘째 주엔 '주간 타율 1위(0.647)'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KT전에서 2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하며 시즌 첫 3할 타율을 맛봤다. 5월 한 달 동안 OPS가 고작 0.473에 그쳤는데, 6월에는 출루율이 0.563 장타율은 0.724를 기록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호수비를 여러 차례 선보이는 등 유니폼이 흙투성이로 뒤덮이는 허슬 플레이를 연출하고 있다.
SK 최정도 슬럼프 탈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5월까지 타율 0.205 2홈런에 그쳐 자신의 이름값에 한참 못 미쳤고, 간판타자의 부진 속에 SK는 10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최정은 이달 11경기에선 타율 0.333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248 4홈런 16타점. 특히 14일 KIA전에서 끝내기 포함, 연타석 홈런으로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동시에 KBO리그 역대 통산 홈런 순위에서 단독 4위(339개)로 올라섰다. 아직 득점권에서 부진 하는 등 중심타자로서 활약은 기대에 못 미치나, 짜릿한 활약으로 반등의 신호탄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