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조일형 감독)' 개봉을 앞둔 유아인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장단점이 있는 영화다. 장점을 더 강하게 느껴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새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유아인은 극 중 세상과 단절돼 혼자 남겨진 준우를 연기한다. 부모님이 집을 비운 어느 날, 원인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좀비의 등장으로 인해 패닉에 빠지는 인물이다. 전화와 인터넷이 끊긴 상황에서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며 버텨낸다. 박신혜가 연기하는 유빈과 호흡을 맞췄다.
유아인은 '#살아있다'에 많은 것을 내던졌다. 초반 40분 가량은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고, 특유의 빛나는 소년미 대신 옆집 청년의 모습을 외모에 담았다.
"'#살아있다'는 현장 편집을 가장 많이 봤던 영화다. 매주 주말마다 현장 편집본을 봤다"는 그는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편집본을 보면서도 불안한 느낌은 있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보니 루즈해지거나 흥미롭지 않아지거나할까봐 우려했다. 한 배우의 얼굴을 그렇게 오랫동안 보는 것이 혼란스러운 일이지 않나. 관객 분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게 하도록 흡입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원맨쇼 치고는 집중도가 있었다고 말씀해주셔서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남자배우가 보여주지 않았던 파격적 이미지라고 했었는데, 안재홍 코스프레가 됐다. 공교롭게도 안재홍 이미지 같은 것들을 많이 상상했다. 옆집 청년 같은 이미지. 안재홍을 보면 편안한 느낌이 있지 않나. 안재홍을 진짜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으로 준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전에 비해서 (몸무게를) 비교적 빼기는 했지만, 사실 몸에는 크게 신경 안 썼다. 평범한 청년의 몸이라는 것이, 기준이 딱히 없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운 느낌이면 좋겠다고 여겼다. 적당히 부어있고, 집에서 짠 것 많이 먹은 청년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망가졌다"고 했다.
'#살아있다'로 만난 유아인은 지난 작품으로 만났던 유아인과는 사뭇 달랐다. 소년 같은 얼굴은 그대로였으나, 내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은 듯했다. 그 변화는 유아인의 영화 작업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유아인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신인감독님의 작품을 두 편 찍었다. 그간 단 한번도 신인감독과 작업한 적이 없었다. 10대 때도 마찬가지고, 내 캐릭터 외에는 전혀 영화에 있어서 의견을 크게 내지 않는 편이다. 내 캐릭터에 한해서는 건방지다는 이야기를 들을지언정 끝까지 의견을 피력한다. 그러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현장에서 할 수 있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런 것이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신인 감독님과 작업하게 됐다. '#살아있다'는 시작부터 혼자 많이 나오기도 하고 책임이 크게 느껴진다. 어느 때보다 많이 의견을 내고 심이저 어떤 신은 혼자 리허설을 하는 영상을 찍어 감독님에게 보내드렸다"고 전했다.
또한, 그 변화는 '#살아있다' 그리고 영화 속 유아인의 캐릭터에도 잘 담겼다.
"진지한 걸 좋아했다. 괜히 딥하고 이런 걸 좋아했다"면서 웃어 보인 그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어린 배우였을 때는 그 어린 배우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닌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10대와 20대 배우에게 쉽게 볼 수 없는 재미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제서야 조금 편해졌다. 그땐 유아인이라는 배우의 그림을 제가 그려가는 거니까, 그런 지점이 있는 것이 유아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경쟁력을 가진 배우였으면 했다. 뻔히 기대하는 것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굉장히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으나 30대로 등이 떠밀리고, '소년에서 어른으로'라는 수식어를 수년간 들어왔다. 그런 시기를 거치면서 과거와 작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없었던 모습을 힘있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 가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나 혼자 산다'도 나가고, 요즘 그리는 그림이 좀 희한하죠?"라면서 "다 그런 연장선에 있다. 조심스러워하던 것들도 조심스럽지 않게 느껴지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 보여드리기 전에 스스로 경험하고 싶다. 너무 진지하게 땅굴만 파는 건 재미없게 느껴진다. 아직 큰 결과는 없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유아인의 새로운 지점을 인식시킬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아인은 최근 과도기를 겪으며 이같은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룬 후 문득 들었던 생각이 현재의 유아인으로 이어졌다고.
그는 "대구 촌놈이 서울에 상경해서 가졌던 단순하고 세속적 욕망은 거의 다 이뤘다. 목표하던 많은 바들을 놀랍게도 다 성취했다. 사실 조금 재미가 없어졌달까.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나를 어떻게 써먹으면 좋을까, 나의 동력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며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일 수 있고, 동경하던 감독과의 작업이 목표일 수 있다. 상당 부분 감사하게도 이미 일어난 일들이 돼버렸다. 30대 내 그림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보지 않다가, 그런 것들이 숙제처럼 떨어졌다. 그 숙제를 푸는 시간을 보냈다. 그냥 매순간 그려지는 그림을 수렴하면서 가보자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즉흥적인 성향이었지만, 내 욕망은 상당히 뚜렷한 편이었다. 지금은 그냥 가는 것 같다. 스스로 관찰하고 느끼고 수렴하면서 진행돼 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살아있다'는 이처럼 달라진 유아인이 살아있는 영화다.
"유아인에게 살아있다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살아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살아있었는데, 내가 좀비 같이 살아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감사하다는 걸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살아있지만 죽어있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좀비처럼 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