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찬헌(30)과 신인 투수 이민호(19)는 시즌 초반 5선발로 등판하기 전에 "우리 10승만 합작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를 전해 들은 류중일 LG 감독은 "둘이 합쳐 10승이면, 너무 작은 거 아이가"라고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웃었다.
LG는 16일까지 정규시즌의 25%인 36경기를 소화했다. 그런데 정찬헌과 이민호는 벌써 목표치의 절반인 50%를 달성했다. 목표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정찬헌은 16일 한화전에서 6⅔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올렸다. 2020년 1차지명 투수 이민호는 2승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둘은 개막 직전 선발진에 포함되지 않았다. 5선발로 낙점된 베테랑 송은범이 첫 선발 등판에서 2⅓이닝 5실점으로 부진하자 류중일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냈다. 정찬헌과 이민호였다. 다만 정찬헌은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안고 있고, 이민호는 입단 첫 시즌이라 체력 및 심리적인 부담을 고려해 둘을 번갈아 내세우기로 했다. 큰 틀에서 한 번씩 선발 등판을 소화한 뒤 엔트리에서 빠지는 식이다.
정찬헌은 무려 12년 만에 선발 보직으로 돌아왔고, 이민호는 신인 투수인 만큼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현재까지 활약은 팀 에이스로 손꼽아도 손색없을 정도다. 정찬헌은 개인 3연승 중이다. 시즌 첫 등판이던 5월 7일 두산1.16을전에서 4이닝 3실점을 기록했을 뿐, 이후 네 차례 등판은 모두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그는 "코칭스태프에서 배려를 해주는 건 등판 때 더 잘 던지라는 의미다. 많이 신경 써주셔서 더 책임감을 느끼고 마운드에 오른다"고 밝혔다.
이민호 역시 릴레이 호투 중이다. 5월 21일 삼성전,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5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이후 두 경기는 7이닝 2실점·7이닝 1실점씩 던졌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1.16으로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더군다나 '원투 펀치' 타일러 윌슨(평균자책점 4.20)과 케이시 켈리(5.21)가 지난해 보여준 페이스를 보여주지 못해, 계산이 서지 않던 정찬헌과 이민호의 호투는 더욱 의미 있다. 이렇다 보니 류중일 감독은 정찬헌과 이민호의 엔트리 제외 및 등판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다.
적절한 휴식이 호투의 원동력이기도 하겠지만, 최근 몇 년간 확실한 5선발이 없었던 LG로선 정찬헌과 이민호의 현재 페이스에 아주 흐뭇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