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9회말 1사 1,2루 이정후가 끝내기 2루타를 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6.17/ 신인왕 출신 이정후(22·키움)는 매년 발전하고 있다. 폭발력을 자랑하던 키움의 강타선이 올 시즌 화력이 다소 주춤해 이정후의 활약상은 더욱 돋보인다. 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그는 이제 팀의 대들보다.
이정후는 17일 고척 롯데전에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는 짜릿함을 맛봤다. 앞선 타석에서 3타수 3안타 1볼넷을 기록한 그는 3-3으로 맞선 9회 말 1사 1·2루에서 끝내기 2루타를 쳤다. 9회 말 무사 1·2루 찬스에서 희생번트 작전이 실패해 키움으로선 부담감이 커졌지만, 이정후가 2루타로 선행 주자를 여유 있게 불러들였다.
이정후는 이날 팀이 기록한 9안타 중 절반에 가까운 4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찬스를 만들고 또 해결하는 것까지, 이날 키움 공격의 시작과 끝을 모두 담당했다. 그는 "그동안 끝내기 찬스가 많진 않았다. 타격감이 좋은 가운데 찬스가 왔고, 나의 존을 잘 지키면서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배팅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팀이 이기려면 한 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오늘 좋은 타점을 기록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올해 성적은 눈부시다. 17일 현재 타율 0.379(3위)로 업그레이드된 정확성을 선보인다.
특히 장타율 향상이 눈에 띈다. 올해 홈런은 6개로, 정규시즌의 약 26%를 소화한 시점에 벌써 개인 한 시즌 최다홈런과 타이를 이뤘다. 장타율은 0.634(4위)로 지난 3년간 장타율 0.449를 훨씬 상회한다. 출루율은 0.446으로 3위.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일찌감치 예약했다.
아버지(이종범)에게 물려받은 야구 DNA에 노력까지 갖춘 이정후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늘 성장을 도모한다. 타격감이 안 좋으면 전력 분석실의 문을 두드려 문제점을 찾으려 한다. 올 시즌엔 스프링캠프부터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둬 타격한 결과 평균 타구 속도가 145㎞에서 155㎞로 증가했고, 2루타와 홈런 등 장타력이 좋아졌다. 고졸 입단 4년 차로 프로에 적응하며, 근육량이 늘어난 점도 장타력 향상의 비결이다.
특히 키움의 강타선이 지난해까지 보여준 화력을 잃은 채 침체에 빠져 있어 그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키움은 현재 4번타자도, 외국인 타자도 없다. 박병호는 타율 0.197(7홈런, 22타점)의 부진에 허리·손목·무릎 등이 좋지 않아 17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타율 0.305 28홈런 113타점을 올린 뒤 일본 한신으로 옮긴 제리 샌즈의 대체자로 영입된 테일러 모터는 10경기 타율 0.114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채, 5월 30일 올 시즌 1호로 퇴출됐다. 이번 주 내 외국인 선수 영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나, 자가 격리 등을 포함하면 실전 투입까지 꽤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박병호를 대신해 김하성이 타순을 옮겼지만, 부담을 느낀 탓인지 4번타순 타율이 0.190으로 시즌 타율에 0.268에 훨씬 못 미친다. 이들을 대신해 박동원이 타율 0.336 8홈런 29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포수 포지션 특성상 여러 부담이 크다. 무릎 통증으로 2~3일 휴식이 주어졌다. 분명 타선의 힘이 예년만 못하다.
그런 가운데 이정후만큼은 변함없이, 오히려 더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롯데전에서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며 팀 연패 탈출을 이끌며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이정후는 키움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