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펜 전환 후 완벽한 한 해를 보냈던 NC 박진우. 하지만 올 시즌 제구가 크게 흔들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박진우(30)는 지난해 NC가 발견한 히트 상품이다. 시즌 출발은 선발이었지만 7월 중순 불펜으로 전환해 자리를 잡았다. 불펜으로 소화한 23경기 평균자책점이 0.50(36이닝 2자책점)에 불과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4000만원이던 연봉이 300% 오른 1억6000만원으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 인상률(종전 2015년·박민우 265.4%)이었다.
2020시즌 흐름이 심상치 않다. 1년 전 활약은 온데간데없다. 시즌 첫 19경기 등판 평균자책점이 5.29(17이닝 10자책점)이다. 중간계투의 평가 지표 중 하나인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허용률)는 38.5%(13/5)다. 팀 평균인 28.4%를 상회한다. 승계주자 득점 허용을 그만큼 많이 한다는 의미다. 득점권 피안타율은 0.471, 시즌 피안타율은 0.338이다. 필승조로 승부처에 마운드에 오르는 역할을 고려하면 실점하는 상황이 하나같이 뼈아팠다.
가장 먼저 이상 징후를 보인 건 구속이다. KBO 공식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박진우의 올 시즌 직구 평균구속은 132㎞/h로 전년 대비 2㎞/h가 떨어졌다. 139㎞/h까지 찍히던 최고구속도 136㎞/h에 머물고 있다. 구속 자체가 빠르지 않은 유형인데 더 느려지니 타자를 상대하는 게 버겁다. 지난해 적재적소에서 써먹었던 체인지업의 평균구속도 120㎞/h에서 116㎞/h로 하락했다. 체인지업의 구종 피안타율은 0.243에서 0.364로 확 올랐다.
장점이던 컨트롤도 불안해졌다. 시속 140㎞ 직구가 없어도 박진우가 1군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핀포인트 제구였다. 지난해 9이닝당 볼넷이 1.86개. 불펜으로 나섰을 때는 1.25개로 더 떨어졌다. 최소 30이닝을 소화한 불펜 투수 70명 중 3위. 그러나 올해 이 수치가 3.18개까지 올라갔다. 구속이 떨어지고 제구까지 흔들리니 1이닝을 막는 게 버겁다. 이닝당 투구수가 17.9개로 너무 많다.
박진우는 올해 BABIP(Batting Averages on Balls In Play)가 0.367(2019시즌 0.293)로 높다.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을 의미하는 BABIP가 높은 투수는 그만큼 수비 지원을 받지 못했거나 운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A 구단의 데이터 파트 담당자는 "구속 저하에 제구 난조가 겹쳤고 운까지 없다. 운은 회복될 수 있지만 구속과 제구 문제는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2013년 육성선수로 NC에 입단한 박진우는 지난해 비로소 빛을 봤다. 2018년 19⅔이닝(11경기) 투구에 그쳤지만 2019시즌엔 무려 140⅔이닝을 책임졌다. 299개였던 정규시즌 투구수가 2161개로 7배 이상 증가했다. 구속 하락이 일시적 현상인지 좀 더 지켜봐야지만 빨간불이 켜진 건 분명하다. 쌓인 피로도가 원인이라면 부진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올해 NC 불펜의 키맨이다. 베테랑 임창민과 김진성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배재환, 원종현과 함께 불펜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박진우를 향한 이동욱 감독의 신뢰도 여전하다. 반등의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리그 1위를 질주하며 대권에 도전하는 NC의 고민 중 하나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