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지난 16일부터 포항·광양제철소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광양제철소는 유급 휴직이 시작됐다. 이처럼 1968년 포스코 창사 이래 첫 유급 휴직이 도입되는 등 위기감이 팽배하다. 유급 휴업을 하면 해당 직원들은 평균 임금의 70%를 받게 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결국 ‘최후의 수단’인 감산 카드를 꺼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글로벌 경기 침체로 포스코는 창사 이래 두 번째 감산을 결정했다. 세계 5위 철강업체인 포스코의 감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이다. 여기에 포스코는 4000억원을 들여 수리한 광양제철소 3고로의 가동 시점도 조정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광양 3고로를 재가동할 계획이었으나 시장 상황에 맞춰 연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철강업계 업황은 최악이다. 이런 위기는 실적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포스코는 올해 1분기 매출 14조5458억원, 영업이익 70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조4000억원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4976억원으로 무려 41%나 빠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동차 생산 등이 줄어들면서 2분기 실적 전망도 우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62.1%나 급감한 4046억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회장이 최후의 보루였던 감산 카드를 꺼냈음에도 실적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포스코가 1조1050억원의 투자를 약속하며 중점을 뒀던 안전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졌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 1월 외주업체 노동자 4명의 질소질식 사망사고 직후 ‘3년간 1조1050억원 투입, 안전 전문인력 200여 명 확보’ 대책을 내놓았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없다면 화재와 폭발, 죽음과 부상이 끊이지 않는 전쟁터와 같은 포스코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16일 포항제철소 내 쇳물운반기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쇳물이 밖으로 쏟아졌다. 이로 인해 붉은색 연기가 공중으로 치솟았고, 놀란 시민들이 신고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연이은 사고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과 사흘 전인 13일 포항제철소 내 스테인리스스틸 소둔산세 공장에서 불이나 소당당국의 헬기와 소방차 등이 동원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시뻘건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와 유독 가스가 한참 동안 뿜어져 나와 하늘을 뒤덮었다.
2018년 11월 최 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안전시스템 확충을 약속했음에도 2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숨을 거뒀다. 그런데도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
시민들이 잇단 화재와 사고로 불안에 떨자 포항환경운동연합은 "최근 2∼3년 동안 연이어 발생하는 인명사고와 폭발, 화재 사고로 인해 포스코가 강조해 온 안전과 환경 설비 투자는 신뢰를 잃고 있다"며 "포스코는 노동자와 시민 안전을 위해 잦은 사고에 대한 사과와 해명, 구체적인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