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수도방위사령관'은 672경기 중 335경기 LG 지켰다…"LG에서만 100홀드 욕심"
등록2020.06.24 05:50
'진해수도방위사령관'은 소리 없이 강하고 꾸준하다.
LG 진해수(34)에 대한 이야기다. 그에게는 이름에서 본뜬 두 가지 정반대 의미의 별명이 있다. '진해수도방위사령관'은 소속팀 LG가 서울을 홈으로 사용하는 것과 경기 후반을 지키는 진해수의 보직에서 만들어진 좋은 별명이다. 또 하나는 '진해수소폭탄'이다. 경기 후반 등판해 팀을 곤경에 빠뜨린 경우에 불린다.
최근 몇 년간 진해수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떼어내고, '진해수도방위사령관' 모드를 수성하고 있다.
이번 시즌 22일까지 진해수는 총 20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8홀드를 기록 중이다. 홀드 부문 1위 전상현(KIA) 최지광(삼성) 주권(KT·이상 9개) 보다 불과 1개 적은 공동 4위. 좌완 투수 가운데선 임정호(NC) 이영준(키움) 등과 함께 가장 많다. 평균자책점은 2.08로 안정적이다. 또한 중간 계투에게는 앞 투수가 남겨 놓은 주자의 득점을 허용한 IRS(승계주자 실점률)가 굉장히 중요한데, 진해수는 0.300으로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리그 평균(0.398)보단 훨씬 낮다.
2006년 KIA에 입단한 진해수는 데뷔 초반 빠른 공을 가진 좌완 투수로 주목을 받았지만, 고질적인 보완점을 갖고 있었다. 제구력 불안이다. 그 때문에 '진해수소폭탄'이라는 부정적인 별명이 붙었고, 좌타자 한 명만 주로 상대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기용됐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자 아들의 미래를 걱정한 그의 어머니가 개명을 권유했다. 2009년 시즌 종료 후 상무에 입대한 그는 훈련소를 퇴소하며 '진민호'에서 '진해수'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자대배치를 받은 뒤 관등성명을 대는데 이름이 낯설고 어색해 한동안 애를 먹었다.
입대 전 4년간 47경기에 출장해 60이닝을 던져 1승4패 1홀드에 그친 진해수는 전역 후 첫 시즌인 2012년 56경기에 등판해 1승2패 6홀드(총 41이닝)를 기록했다.
2013년 5월 KIA에서 SK로 트레이드(송은범, 신승현↔김상현, 진해수)된 그는 2015년 7월 프로 두 번째 트레이드(진해수, 여건욱, 임훈↔신재웅, 신동훈, 정의윤) 이후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진해수도방위사령관'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현재 LG 불펜에서 필승조는 좌완 진해수와 마무리 정우영 둘 뿐이다. 지난해 35세이브를 올린 고우석이 부상으로 빠져 있고, 기대를 모은 송은범과 김대현은 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진해수는 필승조에서 유일한 좌완 투수로 코칭스태프의 등판 지시를 받고 마운드에 올라, 팀의 리드를 지켜준다.
그는 아프지 않고 꾸준하다. 2016년부터 올해 22일까지 최근 5시즌 동안 리그에서 가장 많은 308경기에 등판해, 투수 최다 출장 1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나선 키움 김상수(266경기)보다 42경기 더 마운드에 올랐다. 향후 한 경기에 더 등판하면 KBO 역대 22번째로 600경기 출장을 달성한다. 2014년과 2017년 최다 출장 1위(각 75경기)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데뷔 후 첫 타이틀인 홀드왕(24개)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2015년 7월 24일 트레이드 이후 LG는 22일까지 총 672경기를 가졌는데, 진해수는 딱 절반에 두 경기 모자란 335경기에 등판했다. 중간 계투는 마운드에 올라 던지는 공 개수는 선발 투수보다 적지만, 등판 전까지 마운드에서 몇 차례나 몸을 풀며 불펜 투구 하는 점을 고려하면 힘든 보직이다.
진해수는 이런 '마당쇠'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를 인정받아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지난해 연말 LG와 계약 기간 3년(2+1년) 총액 14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인센티브 11억 원)에 계약했다. 그는 "많은 경기에 나섰다고 피로감을 느끼진 못한다. 결과가 안 좋으면 피로감 보단 내가 준비를 잘 못했기 때문이라 여겨 반성한다.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해주신 감독 및 코치님과 트레이닝 파트에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기록은 점차 쌓여가고 있다. 개인 통산 홀드 119개를 기록해, 이 부문 6위에 올라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현역 유니폼을 벗은 류택현(122개)의 기록을 곧 돌파해 LG 역대 투수 중 최다 홀드 1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또한 개인 통산 홀드 3위 한화 정우람(129개)이 최근 몇 년간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어, 남은 경기에서 홀드 11개를 추가하면 역대 최다 3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 현재 이 부문 1위는 안지만의 177홀드로, 2위는 두산 베테랑 권혁(159개)이다. 진해수는 지난 11일 SK와 더블헤더(1차전 투구 수 1개, 2차전 투구 수 14개)에선 하루에 홀드 2개를 추가하는 진풍경을 선보였다. 그는 "통산 홀드와 관련된 기록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하나라도 더 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며 "꾸준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선발이나 마무리 투수처럼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지만 진해수는 소리 없이 꾸준히, 그렇게 제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고 있다.
그는 "중간 계투는 마무리 투수 만큼 인정 받지 못하지만,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는 때가 많다.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티가 많이 난다. 하지만 그게 중간 투수의 역할이고, 숙명이라 여긴다"며 "다른 팀에도 있었지만 LG에서만 100홀드(현재 87홀드) 달성의 욕심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