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형 뉴딜의 핵심 중 하나인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의 성장을 위해 국내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삼성에 이어 LG그룹 총수를 만나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SK그룹 총수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차 동맹'에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회동했다.
두 총수의 공식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오창 공장 전기차 배터리 선행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미래 배터리 사업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총수는 2시간가량 공장을 둘러본 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수석부회장과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등이 방문했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LG 최고경영진이 이들을 수행했다.
정의선(왼쪽)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과 LG화학은 이미 협력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현대차 전동화 모델에는 주로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다.
이날 두 그룹 최고경영진은 배터리 관련 포괄적인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을 둔 순수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LG화학을 선정한 바 있다. 공급 규모는 수조 원대에 달한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고체 배터리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만나 SK이노베이션과의 협업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는 기아차가 생산하는 전기차 쏘울EV 등에 탑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수석부회장은 곧 최 회장을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정 수석부회장이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은 우선 사업 면에서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모두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팔아 세계 3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 6.6%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면서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호응하려는 각 그룹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행보가 특히 미래 배터리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삼성·LG·SK 한국 배터리 3사와 현대차그룹이 만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활용해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