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키움 감독은 요키시가 등판한 날마다 경기 후 비슷한 코멘트를 내놓는다. 바로 '이닝'과 관련된 답변이다.
요키시는 올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다. 첫 9번의 선발 등판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1.63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94에 불과하다. 좀처럼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다. 피안타율도 0.210으로 수준급. 선발 투수의 기본 척도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8경기에서 달성했다. 비율로는 무려 88.9%이다.
그의 가치가 빛나는 건 '이닝'이다. 9경기에서 55⅓이닝을 소화했다. 산술적으로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시즌 첫 등판이던 5월 6일 광주 KIA전(5이닝 1실점) 이후 8경기 연속 기본 6이닝을 넘겼다. 요키시가 등판하는 날에는 그만큼 불펜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필승조 가동을 최소화한 상태로 경기를 마칠 수 있으니 팀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5월 29일 고척 KT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키움은 4연패에 빠졌던 상황. 직전 경기인 28일 창원 NC전에서 '임시 선발' 정대현이 2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3회부터 가동된 불펜은 무려 6명이 마운드를 밟은 뒤에야 경기가 끝났다. 이영준·김상수·오주원을 비롯해 필승조를 쏟아부었지만 6-9로 패했다. 다음 날 경기의 부담감이 커졌다.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끌어줄 필요가 있었다. 요키시는 KT를 상대로 7이닝 1실점(비자책) 하며 팀 연패를 끊어냈다. 손혁 감독은 불펜에서 이영준(⅓이닝)과 조상우(1⅔이닝)만 기용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요키시는 이미 지난해 181⅓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7위. KBO 리그 첫 시즌부터 수준급 활약을 보여줬다. 계약 당시에는 낮은 몸값(총액 50만 달러) 때문에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팀 내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성공적인 첫해(13승 9패 평균자책점 3.13)를 보냈다. 재계약한 올해 더 단단해진 투구로 히어로즈 마운드를 지킨다.
팔색조에 가깝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패스트볼을 다양하게 섞는다. 9이닝당 볼넷이 1.46개. 컨트롤도 수준급이니 흠잡을 곳이 없다. 올 시즌에는 직구 스피드까지 끌어올려 더 위력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1년 차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2년 차에 들어가면서 심리적으로 편안해졌다. 몸 상태도 좋고 구속이 나오니까 아프지만 않으면 계속 잘 던질 것 같다"고 했다.
키움은 현재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팔꿈치 부상 여파로 빠져있다. 6월 내내 선발 등판을 하지 못하면서 '임시 선발' 체제가 가동되고 있다. 자칫 불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지만 큰 문제가 없다.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는 '이닝이터' 요키시의 존재감이 그만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