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년 차에 MBC 수목극 '꼰대인턴'을 통해 첫 미니시리즈 주연으로 입성한 배우 김응수(59)의 말이다. 오랜 시간 무명 배우로 활동했다. 연봉 30만 원을 받으며 생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연기가 좋았고, 연기를 할 때마다 행복해 포기할 수 없었다. 영화 개봉 13년 만에 '타짜' 곽철용 신드롬 열풍을 맞은 데 이어 '꼰대인턴' 주연이라는 행운까지 누린 김응수. "무언가를 배우는 게 좋아서 배우를 한다. 평생 자연을 보고 인간을 연구해야 하지 않나. 그게 너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극 중 꼰대력으로 무장한 이만식과 달리 '재치 만점, 귀여운 꽃중년'에 가까웠다. '꼰대력 1%'라는 주장이 직접적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박해진(가열찬)과의 섬 고립 신이 너무 인상 깊었다.
"전남 목포에서 촬영을 다하지 못해 인천 무의도에서 촬영을 했다. 촬영 장소에 가니 비가 와서 추웠고 실제로 휴대전화가 안 터졌다. 바다 건너에는 아파트촌이 보이는데도 안 터져서 '해진아 진짜 고립됐다'고 그랬다. 자연적인 조건에서 연기가 나왔다. 단합해서 탈출을 해야 하니 싸울 수 없지 않나. 무조건적으로 만식이가 열찬이한테 많이 맞춰준 것이다."
-패러디가 매회 나와 브로맨스 케미스트리가 더욱 좋았다.
"개인적으로 해진이가 공원에 있는 내게 '왜 여기 있냐?'고 끌고 갈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실제 그 친구의 성격상 젠틀하기에 손을 덥석 잡고 끌고 갈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힘이 좋았나 싶을 정도로 독하게 연기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연기하기 편했다. 패러디를 할 땐 그대로 재현하면 재미가 없다. 뭔가를 가미해야 한다. 오버해서 끌고 가니 좋았다."
-한지은과의 부녀관계는 언제 알게 됐나.
"전체 비밀이었다. 물론 1, 2회 대본에도 언뜻언뜻 나오긴 하는데 확실히 알게 된 건 4회 쯤이었다. 시한폭탄 같이 언제 터지느냐의 문제였는데 적당한 회차에 터져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불러온 것 같다. 처음에 지은이의 머리를 잘랐을 때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모른다. 근데 딸이라고 하니 이해한다는 입장으로 변화됐다.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젊은 후배들과의 호흡을 유연하게 하는 방법이 있나.
"현장에 가서 바보인 척하고 나를 낮춘다. 그러면 후배들이 웃으면서 마음을 연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어른인 척하고 그러면 후배들이 언다. 해진이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넌 내가 다른 사람한테 유머 하는 걸 봐라' 하면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그 모습을 보고 편하게 마음을 열더라. 난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인기 1위였다."
-인기 1위 비법이 있다면.
"첫째 스태프들의 이름을 외워 불러준다. 그러면 그 친구들이 마음을 연다. 그리고 저 선배는 너무 가벼운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바보인 척한다. 팀워크가 좋고 일하는 게 즐거워야 좋은 컷이 하나라도 더 나오지 않겠나. 현장의 긴장감은 '적'이라고 생각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은 선배가 있나.
"박근형 선생님과 한 연극의 더블 캐스팅이 된 적이 있다. 선생님은 끊임없이 배우면서 스태프들을 웃겼다. 하지만 자기 차례가 되면 연기로 무대 위 객석을 뒤집어놓고 나온다.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다.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선배님의 영향인 것 같다. 지금도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웃기는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