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구창모(23)는 여전히 올해 최고 투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즌은 3분의 1 가량 지났을 뿐이다. 각 팀 외국인 에이스들도 서서히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구창모는 29일까지 올 시즌 9경기에서 59이닝을 던져 6승 무패, 평균자책점 1.37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은 65개. 이닝당 주자 허용(WHIP)은 0.76, 피안타율은 0.161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피칭을 해왔다. 평균자책점, 탈삼진, WHIP, 피안타율 모두 리그 1위다.
NC가 개막과 동시에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2006년 류현진(토론토·당시 한화) 이후 14년 만의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탈삼진·평균자책점 1위) 도전도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 등판이던 지난 25일 수원 KT전에서 4이닝 8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흔들려 올 시즌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다. 그 사이 굳건해 보이던 평균자책점 1위 자리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키움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다.
요키시는 지난 27일 고척 KIA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면서 평균자책점을 1.42까지 낮췄다. 구창모 외에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두 투수의 격차는 0.05점 밖에 나지 않는다. WHIP도 마찬가지다. 0.85로 구창모 외에 유일하게 1을 넘기지 않았다. 시즌 7승(2패)째도 추가해 두산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다승에서는 이미 구창모를 앞서 있다.
탈삼진 부문에선 롯데 댄 스트레일리가 약진했다. 스트레일리는 10경기에서 63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고 타선의 득점 지원도 거의 받지 못해 단 1승(2패)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투수 개인의 능력으로 따낼 수 있는 탈삼진 순위에선 65개로 구창모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네 차례 등판에서 모두 7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특히 지난 18일 부산 키움전에선 7⅓이닝을 2실점으로 막는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내는 위력을 뽐냈다. 승리 없이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던 스트레일리에게는 위안이 될 만한 수확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팀 동료인 드류 루친스키도 집안 싸움에 뛰어들 모양새다. 평균자책점 2.38로 구창모와 요키시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고, 탈삼진(61개)도 구창모와 스트레일리 다음이다. 승 수는 6승으로 구창모와 같다. NC 입장에선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는 원투 펀치다.
KIA 애런 브룩스도 평균자책점 2.51로 서서히 피치를 올리고 있다. 브룩스 역시 승운이 따르지 않아 올 시즌 3승(3패)에 머물고 있지만, 평균자책점 5위와 탈삼진 4위(56개)에 올라 있다. 특히 23일 부산 롯데전과 28일 고척 키움전에 4일만 쉬고 주 2회 등판해 각각 7이닝 무실점과 6이닝 1실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최근 세 차례 등판에서 잡아낸 삼진 수가 8개-6개-8개로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물론 올 시즌 최고의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구창모 천하'는 여전히 굳건하다. 9번의 등판 가운데 8경기를 모두 1자책점 이하로 막아낸 위압감은 혀를 내두르게 하고, 직전 경기의 부진은 오히려 긴장감을 재정비하는 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 요키시와 그 뒤를 쫓는 루친스키, 스트레일리, 브룩스 역시 날이 갈수록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구창모의 '독주 제체'가 이대로 계속될 지, 아니면 개막 두 달 만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인지 새삼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