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말 무사 주자 1루 상황에서 1루 주자 삼성 김상수가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상대 허점을 파고드는 사자구단의 비책은 '발야구'이다.
삼성은 29일까지 44도루를 성공시켜 이 부분 리그 1위다. 2위 LG(33개)에 무려 11개 앞섰다. 도루 시도도 61회로 가장 많다. 48경기를 소화해 경기당 1.4회 정도 뛴다.
지난해에는 도루 성공 4위(107개). 적은 편은 아니지만 '무기'가 될 정도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특정 선수에 쏠렸다. 박해민(24개)과 김상수(21개) 이학주(15개)가 팀 전체 도루의 56% 정도를 책임졌다.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구분이 꽤 명확했다. 상대 배터리로선 수비하기 편했다.
올 시즌에는 약간 다르다. 분포가 고르다. 팀 내 1위 구자욱과 김상수, 박해민(이상 6개)을 필두로 4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시킨 선수가 7명이나 된다. 1년 전만 하더라도 1군에서 보기 힘들었던 박찬도와 박승규를 비롯해 신인 김지찬이 나란히 도루 4개를 기록 중이다. 어떤 타자가 출루하더라도 '발야구'가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27일 롯데전 8회초 김동엽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삼성 제공 27일 사직 롯데전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이날 시즌 두 번째 팀 도루 4개를 기록했다. 3회 박해민, 4회 김지찬에 이어 8회에는 박승규와 김동엽이 도루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실패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1루를 밟으면 2루로 뛰었다. 득점의 물꼬를 튼 원동력 중 하나도 도루였다.
예고된 변화에 가깝다. 삼성은 시즌 개막에 앞서 진행된 팀 간 연습경기에서도 도루 1위였다. 6경기를 치르면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도루(11개)를 성공시켰다. 전초전이라는 성격상 부상을 우려해 도루를 자제하는 구단도 있었지만, 라이온즈는 달랐다. 출루 후 기회가 생기면 과감하게 뛰었다.
감독의 성향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9월 30일 삼성 제15대 사령탑에 오른 허삼영 감독은 전력분석 전문가다. 프로 생활을 짧게 한 뒤 운영파트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감독 선임 이전 구단 전력분석 팀장을 역임했다. 허 감독은 취임 후 "움직이는 폭을 넓히겠다"고 공언했다.
시즌 5개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살라디노. 삼성 제공 외국인 타자로 타일러 살라디노를 영입한 것도 그 이유다. 살라디노는 마이너리그 통산 도루가 129개. 2012년에는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에서 시즌 39도루를 성공시켰다. 흔히 찾는 거포형 외인은 아니지만, 기동력을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는 자원이라고 판단됐다. 살라디노는 시즌 도루 5개(실패 1개)로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은 홈구장이 타자 친화적이다. 구장의 형태가 팔각형이라 외야 펜스가 곡선이 아닌 직선이다. 그러다 보니 좌중간과 우중간이 특히 짧다. 2016년 개장 이후 줄곧 홈런 타선을 갖춰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던 이유다. 그러나 장타자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허삼영 감독 체제로 첫 시즌인 올해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부족하다.
살라디노를 영입하면서 4번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팀을 떠나 중심 타선의 무게감은 더 떨어졌다. FA(프리에이전트) 수혈도 없었다. 홈런 부족은 자칫 팀 성적과 직결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이 반복한 패턴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 작전 야구로 활로를 뚫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