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방송된 tvN 월화극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10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과 동률인 가구 평균 4.7% 최고 6%를 기록,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 시간대 1위를 지켰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이날 방송에는 아빠 정진영(김상식)의 숨겨진 과거가 밝혀졌다. 조완기(영식) 부자와 함께 나타난 정진영은 "내가 평생 두 집 살림해 온 것 같다"고 운을 떼며 "큰 죄를 짓고 이 나이까지 가족을 위해서라고 변명하면서 감추고 살았다"고 말했다. '외도'가 아니라 '사고'였다. 1994년 급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던 정진영이 어린 영식을 치고 만 것. 두려움 때문에 신고 대신 병원에만 데리고 갔고, 그날 이후 다리를 절게 된 조완기를 아들처럼 보살폈다. 평생 책임지고 살아왔던 긴 세월은 가족들에게 상처로 돌아왔다. 조완기의 말처럼 "가족도 그렇게는 못 한다"는 일을 하면서 진짜 가족과는 멀어졌다. 집을 나와 조완기 부자와 함께 살겠다는 정진영의 통보는 가족들을 더욱 아프게 했다.
정진영을 향한 가족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홀로 감내해온 정진영의 애달프고, 오해로 멀어진 시간이 안타까워서였다. 아버지와 추억 하나 없었던 신재하(김지우)는 그저 속상할 뿐이었다. 평생 책임을 지겠다는 정진영에게 "공소시효라는 게 있다. 평생 혼자 다 책임질 거냐. 이제 늙을 일만 남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원미경도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랑 의논이라도 하지 그랬냐. 평생 오해하게 해놓고 홀가분해? 그 긴 세월을 하루 만에 퉁치겠다고?"라며 오해로 엇갈린 세월을 한탄했다. 꽁꽁 묻어뒀던 진실을 꺼낸 정진영은 "이 좋은 걸 왜 지금까지 말 못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쭉 미워해라"는 말을 던지며 돌아섰다.
평소라면 아버지 정진영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했을 추자현(김은주)의 반응은 냉정했다. 정진영이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에 혼란을 겪고 있었던 그녀는 아내와 자식들도 온전히 책임지지 못하면서 조완기의 인생까지 짊어진 정진영을 책망했다. "엄마한테는 말했어야 했다. 왜 감당도 못 할 일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냐. 사람이 사람을 책임지는 일이 만만해 보이냐"는 말로 또 한 번 상처를 남겼다. 이 비난은 자신의 출생 비밀에 대한 상처이기도 했다.
그런 추자현을 찌르는 건 과거의 기억이었다. 조완기의 아들을 보며 "그때 유산되지 않았으면 우리 애가 다섯 살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 김태훈(윤태형)에게 "괜찮은 척 노력하는 거 그만하겠다. 당신 절대 용서 못 하겠다"고 말하며 "우리도 그만하자, 이혼해"라고 관계를 정리했다.
언제나 한예리를 위로하는 건 김지석이었다. 하지만 감정을 각성한 한예리에게 "내가 지우를 친동생처럼 예뻐하고, 누나에게 예의를 갖추는 이유는 너다. 그 둘 앞에 항상 내 친구인 네가 있다. 나한텐 내 친구가 제일 중요하다"고 전한 진심은 설렘과 동시에 슬픔을 전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우정 고백에 한예리는 다시 한번 친구로서 선을 그었다. 그리고 신동욱(임건주)과의 관계는 깔끔하게 정리했다.
추자현을 만난 김지석은 결혼식 당일 "사진 꼭 보내 달라"던 추자현 친구들의 부탁을 전하며, "지금이라도 연락해보라"고 조언했다. 가족도 모르는 열등감과 상처는 '타인'이었던 김지석의 눈에는 보였던 것. 부족한 점들을 보이기 싫어 숨기기 바빴던 추자현은 20년 지기 친구들과 멀어졌다. "가족이 못 해주는 걸 때론 친구가 해 줄 때도 있다"는 조언에 깨달음을 얻었다. 이와 함께 추자현은 과거 한예리가 김지석을 좋아했다고 말하며 가족이기에 알 수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첫째와 막내 사이에 낀 둘째이기에 눈치 보고 배려하며 살아왔던 한예리. "자길 낮춰버릇해 제 눈에 괜찮은 사람은 '어차피 안 될 사람'으로 선을 그어버린다"는 추자현의 말은 김지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김지석은 그 길로 한예리를 찾아갔다. 신동욱과의 관계를 홀로 정리하고 있던 한예리는 눈앞에 나타난 김지석을 보고 반가워했다. 스무 살 때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 두 사람은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던 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잠시 김지석을 남자로 느꼈고, 바로 마음을 접었던 때를 떠올리며 "너는 나한테 덕수궁 돌담길이야. 스무 살 가을의 추억 같은 거"라고 했다. 김지석은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때서야 자신의 마음을 자각했다. '너는 추억이라는데, 나는 왜 이제야 시작하려는 걸까'라는 마음속 소리는 심상치 않은 변화를 예고하며 설렘을 자극했다. 가족보다 가까웠던 15년 지기 한예리와 김지석에게도 새로운 이야기가 쓰여질까. 서서히 맞닿기 시작한 두 사람의 이야기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