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형사'가 경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공조 수사를 시작했다. 손현주·장승조 콤비가 앞으로를 기대케 하는 차진 호흡을 뽐냈다. 5년 전 두 건의 살인사건과 관련한 비밀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JTBC 새 월화극 '모범형사'는 전국 3.9%, 수도권 4.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었다. 기분 좋은 방송 첫 주 성적표를 거뒀고 한층 더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 '황금의 제국' 등을 성공적으로 이끈 배우 손현주와 조남국 PD의 재회작이었기 때문. 이번이 다섯 번째 만남이다. "손현주는 나의 페르소나"라고 조 PD가 자신 있게 표현할 정도로 끈끈한 신뢰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손현주는 대본도 보지 않고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
두터운 신뢰는 작품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경찰이라 처음부터 손현주를 떠올렸다는 조 PD의 설명. 실제로 베일을 벗은 '모범형사' 속 강도창은 손현주와 이질감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후배에게 아부를 하거나 골치 아픈 사건을 떠맡기 싫어 다른 팀에 넘기는 등 눈앞에 승진이 급급한 사람이었다. 중요한 일을 미루거나 회피하기 바쁜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이기에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인간미가 묻어났다.
하지만 묵직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5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이 조재윤(이대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증거가 속속들이 등장하며 경찰로서의 사명감, 인간으로서의 죄책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장승조(오지혁)가 가세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지만 지금까지 했던 일 중 가장 적성에 맞아서 강력팀 형사로 일한다는 엘리트 경찰로 등장, 손현주와 능청스러운 티키타카를 선보였다. 특히 2회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공조는 상상 그 이상의 활약을 이끌었다. 데뷔 처음으로 형사 역을 소화한다는 장승조는 매력적인 마스크에 탄탄한 연기력과 액션까지 겸비, 안정적인 모습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사건을 쫓는 드라마가 아니라 사람을 쫓는 드라마인 '모범형사'. 각각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 열전과 형사물이 가진 긴장감 외에 동료 간 벌어지는 일들이 소소한 웃음을 전해줬다. 이야기 전개가 빠른데 어렵지 않아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생각보다 경쾌한 드라마다. 배우들 덕분에 잘 살았다"고 강조했던 조 PD의 자신감이 무엇인지를 방송 첫주부터 확인시켜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담담하게 사건에 다가가는 방식을 취해 몰입이 잘 되는 드라마였다. 범인을 잡았는데 그 범인이 진범이 아닐 수 있다, 진범으로 잡힌 사람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 나오는 형사들이 모범적인 행보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깔아놨다. 보통 봐왔던 스릴러 장르와 달리 정의나 진실의 대결 구도를 일찍 꺼내놓은 것도 특징이다. 정계와 재계, 그리고 검사까지 연루된 사건 속에서 정의를 위해 싸워나가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재미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월화극은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막강한 강자가 없다. '모범형사'는 다음 회가 궁금한 스토리와 쫄깃한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력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경쟁력 갖춘 '맛집'이다. 월화극 승기를 잡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