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가 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박종기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 고민을 해결했던 박종기(25)가 성장통을 앓고 있다. 두산으로서는 차선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박종기는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26)과 국내 투수 이용찬(31)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대체 선발로 나섰다. 지난달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4⅔이닝을 3점으로 잘 막아냈다. 이어 지난달 20일 잠실 LG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두 경기에서 박종기의 직구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2~143㎞였다. 빠른 편은 아니지만 공 끝에 힘이 있었다. 10⅔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은 2개뿐이다. 사령탑이 원하는 공격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커브 구사 능력이 뛰어났다. 박종기는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 낮은 코스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을 잘 구사한다. 지난 2일 고척 키움전 1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는 5번 타자 박동원에게 이 코스 커브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긴 박동원은 스윙 뒤 자세가 무너졌고, 배트가 유격수 앞까지 날아갔다. 3회말 1사 만루에서 상대한 전병우에게도 연속 커브를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한화전에서는 커브 구사율이 31.2%에 달했다. 직구와 커브 조합의 투 피치. 개성이 뚜렷한 래퍼토리로 선전을 이어갔다. 선발 로테이션에 연착륙하는 듯 보였다.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가 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박종기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그러나 박종기는 8일 잠실 LG전에서 4이닝 동안 6실점 하며 부진했다. 게다가 올 시즌 한 경기 개인 최다 볼넷(5개)을 기록했다. 낮은 코스로 구사한 직구가 볼 판정을 받았다.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커브는 공략당했다. 커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평소 10% 이하였던 불과했던 포크볼 구사율을 20%까지 올렸다. 그래도 타자의 헛스윙을 끌어내지 못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박종기가 2일 키움전부터 많은 이닝을 던지려 한다고 느꼈다. 완급조절을 하느라 피칭 밸런스가 흔들리고, 그의 장점이 희석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박종기가 5이닝 이상을 던지려고 애쓰는 것보다, 매 이닝 전력으로 피칭하길 바라고 있다. 눈앞의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진단이었다. 김태형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박종기는 키움전에 이어 LG전에서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육성선수 출신인 그는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복귀한 '중고 신인'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게 당연했다.
두산 선발진은 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플렉센은 4일 한화전에서 시즌 최소 이닝(4이닝), 최다 실점(6점)을 기록했다. 유희관(34)은 3경기 연속 4점 이상을 내줬다. 시즌 초 부진했던 국내 에이스 이영하(23)의 컨디션이 좋아졌지만, 다른 선발 투수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종기가 흔들리자 두산의 5선발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통산 129승 투수 장원준(35)이 최근 퓨처스(2군)리그에서 실전 등판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 등판에서 시속 140㎞를 찍었다. 그러나 아직 3~4이닝을 소화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12일 한화전에서 대체 선발로 나와 승리투수가 된 우완 사이드암 최원준(26) 등도 예비 자원이다. 현재로서는 박종기의 반등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