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부진을 뒤로하고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알테어. NC 제공 NC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29)가 놀라운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다.
올 시즌 첫 13경기에서 알테어의 기록한 성적은 처참했다. 타율이 0.182(44타수 8안타)에 불과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63명 중 타격 60위. 외국인 타자 중 유일하게 1할대 타율에 그쳤다. 정확도만 떨어진 게 아니었다. 장타율이 0.341, 출루율도 0.265로 바닥을 쳤다. 전체 타석의 약 39%가 삼진이었다. 선구안까지 흔들리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알테어는 꽤 탄탄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했다. 필라델피아에서 뛴 2017년 무려 19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이 중 하나가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로 빼앗은 만루 홈런이었다. NC는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100만 달러(11억9000만원)를 알테어에게 안겼다.
시즌 초 흐름은 기대와 달랐다. 구단 안팎에서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일찌감치 '퇴출설'도 불거졌다. 이동욱 NC 감독이 고심 끝에 내린 '처방전'은 타순 조정이었다. 엔트리 변동 없이 1군에서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의미였다.
이 감독은 주로 2번과 4번에 배치했던 알테어를 5월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8번 타순에 투입했다. 이 감독은 "(알테어를) 불러서 얘기했다. 하위 타순에서 편하게 치며 타격감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외국인 타자를 하위 타선에 내리는 건 매우 큰 결단이다. 중심 타선의 화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위 타순으로 내려간 알테어는 감독의 의도대로 편안한 상황에서 해법을 찾았다. 바닥을 쳤던 성적이 급등했다. 8번 타순 배치 후 23경기 타율이 0.354(79타수 28안타). 이 기간 출루율(0.433)과 장타율(0.734)의 합인 OPS가 무려 1.167에 이르렀다. 타순만 바꿨을 뿐인데 180도 다른 타자가 됐다.
시간이 지나자 알테어는 타격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13일 기준 리그 타점 공동 1위(55개) 홈런 공동 2위(16개). 알테어는 "KBO 리그 투수들에 적응하면서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타석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며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이 감독은 6월 27일 잠실 두산전을 기점으로 알테어의 타순을 재조정했다. 최근 10경기 중 9경기에서 알테어를 4번과 5번에 투입했다. 시즌 초반이라면 그가 부담을 느낄 만 있지만 이젠 다르다. 지난 10일과 11일 잠실 LG전에선 이틀 동안 5안타(2홈런) 5타점을 쓸어담았다.
공교롭게도 NC의 중심타자 나성범이 1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손바닥 염증으로 당분간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태다. 중심 타선에 큰 공백이 발생했지만, 예전만큼 걱정이 크지는 않다. 바닥을 찍고 반등한 알테어의 존재감이 커진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