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이 자동차에서 미래의 방향성을 찾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 부품’이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후 첫인사에서 자동차 부품사업과 관련해 혁신적인 카드를 내밀었다. 미래 성장동력을 ‘자동차 부품’로 정한 구 회장은 내부가 아닌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데려왔다.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LG의 자동차부품팀장으로 영입했고,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상무를 LG전자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 사업본부 전무 자리에 앉혔다. LG화학은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등 자동차 부품사업과 관련한 새 얼굴들을 대거 선임했다.
구 회장의 전략과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LG화학은 자동차 배터리,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패널 세계 1위를 선점하며 LG그룹의 캐시카우가 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분기 점유율 18.4%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9월부터 벤츠 S클래스에 처음으로 차량용 P-OLED(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단독 공급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벤츠에 LCD 패널을 공급해왔고, OLED 패널 공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LG는 지난 2월부터 미국 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에도 P-OLED 기반의 디지털 콕핏 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자동차용 패널 OLED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OLED 패널 시장 규모는 올해 5700만 달러(685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2025년에는 7억8000만 달러(9368억원)로 13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구 회장이 자동차 부품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시장성 때문이다. 이미 구 회장은 2018년 글로벌 자동차 헤드램프 업체인 ZKW 1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자동차 부품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LG그룹 계열사 대표들도 자동차 부품 사업의 비전을 제시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장기적으로 회사 매출 30% 이상이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 권봉석 사장도 “자동차 부품솔루션은 내년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LG의 자동차 부품으로의 사업 전환 속도도 높아지고 있다. 구 회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다"고 말했다. 과거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사업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지난 6월 중국 화학소재 업체인 산산에 LCD 편광판 사업을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또 지난 2월에는 중국 요케테크놀로지에 LCD 컬러 감광재 사업을 580억원에 매각하며 일부 LCD 사업을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LG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중점사업의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