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을 타는 듯하던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24·베이징 궈안)의 유럽 진출이 미뤄지고 있다. 현 소속팀도, 선수를 원하는 팀도,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는 모양새다.
김민재는 팀 동료들과 중국 쑤저우에서 새 시즌 개막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 머물다가 이달 초 중국으로 건너간 뒤, 베이징에서 가까운 선양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19일 2주간 격리를 마치고 쑤저우로 이동해 팀에 합류했다. 베이징은 26일 쑤저우에서 충칭 리판과 개막전을 치른다.
이적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가 김민재 영입에 적극적인데, 베이징과 이적료에 대한 견해차가 크다. 토트넘은 1200만 유로(165억원)를 상한선으로 정했다. 베이징의 하한선은 1700만 유로(230억원)다. 협상은 이어지고 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적 시장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700만 유로면 유럽 이적 시장에서 수준급 수비수를 구할 수 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유럽 무대 검증도 마치지 않은 선수에게 투자하기에 부담스러운 액수”라고 말했다. 중국 축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베이징도 김민재의 시장 가치를 잘 안다. (그런데도 1700만 유로를 부른 건) 당장 팔 생각이 없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협상 창구와 과정이 복잡한 것도 문제다. 김민재의 유럽행과 관련해 토트넘과 베이징 양 구단에 ‘대리인’을 자처하는 에이전트 10여명이 몰렸다. 영국과 중국, 한국 세 나라를 거쳐 협상이 진행되는데, 의견을 주고받는 창구마저 복잡하다 보니이견 조율이 쉽지 않다.
중국 축구 전문가인 이장수(64) 전 광저우 헝다 감독은 “코로나19로 올 시즌 일정 취소 여부를 검토하던 중국축구협회가 리그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둔 베이징이 이렇다 할 대안 없이 리그 최고 수비수인 김민재를 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선수의 유럽 진출을 허용하더라도, 시기는 올여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