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요구한 여자 친구에게 "성관계 영상과 알몸 사진 등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한 20대에게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남성은 협박이 통하지 않자 여자 친구 집에 찾아가 여자 친구가 가장 아끼는 반려견을 벽돌로 수차례 내리쳐 머리를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애초 경찰은 동물 학대 사건으로 수사를 시작했으나 '데이트 폭력'으로 보고 해당 남성을 구속했다.
전주지검은 22일 전주지법 형사4단독(부장 유재광) 심리로 열린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회복무요원 A씨(21)에 대한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데이트 폭력 범죄로 죄질이 좋지 않고, 자칫 강력범죄로 번질 우려가 있어 엄벌이 필요하다"면서다.
이에 A씨 변호인은 "악질적인 폭력 행사가 아닌 하나의 문제로 갈등이 벌어졌고,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한 게 아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또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해 유포한 정황도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3월 14일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 B씨(20·여)에게 그동안 몰래 촬영한 성관계 영상과 알몸 사진을 보여주며 "네가 아는 친구·가족 등 모든 사람에게 이것을 뿌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올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B씨가 키우는 반려견을 벽돌로 내려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수개월 전 만난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협박에도 B씨가 다시 만나는 것을 거부하자 지난 3월 20일 B씨 가족이 사는 아파트를 찾아갔다. 그리고 B씨 어머니 등이 보는 앞에서 B씨가 키우는 반려견의 머리를 벽돌로 세 차례 때렸다.
B씨는 반려견을 보호하기 위해 집 안에서 개를 품에 안고 A씨를 피해 다녔지만, A씨는 뒤쫓아가 다시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B씨 반려견의 종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조그맣고 털이 하얀 개"라고 경찰은 전했다. A씨 폭력으로 B씨의 반려견은 두개골이 골절되고 침을 흘리는 중상을 입었다.
B씨 가족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 동물 학대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지만, "남자 친구(A씨)에게 지속해서 협박을 당했다"는 B씨 진술을 확보해 성폭력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전화기에서 그가 삭제한 성관계 영상과 알몸 사진 등을 복원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과 사진을 유포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서 "여자 친구를 협박한 건 맞다. 하지만 성관계 동영상은 일방적으로 촬영한 게 아니라 여자 친구와 합의로 찍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잘 때마다 본인 휴대전화로 B씨의 알몸 등을 몰래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B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B씨 허락 없이 입수해 협박하는 데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B씨에게 스마트 워치를 지급하고, A씨가 다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그를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