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 관중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설레어서 경기 시작 3시간 30분 전에 도착했어요. 안전하게 오래 야구를 봤으면 좋겠어요." (김솔아·27)
2020년 KBO리그 '시즌2'가 개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텅텅 빈 프로야구장 관중석에 올해 처음으로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두산(홈)과 LG(원정)의 라이벌전이 열린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오후 1시경부터 관중석 청소가 한창이었다. 입장이 허용된 4개의 출입구 앞은 발열 체크 및 출입자 정보 확인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후 3시, 관중석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체온 측정과 전자출입명부 확인 때문에 평소보다 입장 시간이 더 걸렸다. 경기 시작 30분 전, 잠실구장 3루 출입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이 1m씩 거리를 둬 줄을 섰고, 대략 100m 행렬이 이어졌다.
야구장 관중 입장이 허용된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1호2호 관중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날 잠실구장 1호 입장객 김솔아 씨는 "지난해 두산-키움의 한국시리즈 이후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 설렘 속에 낮 1시 30분에 도착했다"며 "휴대폰으로 시청하는 것보다 더 신나게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 카페보다 (실외인) 야구장이 더 안전한 것 같다. 안전하게, 오랫동안 야구를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25일) 오전 10시 티켓 판매를 시작한 잠실 두산-LG전은 1시간 25분 만에 2424장의 티켓이 매진됐다. 고척돔의 키움-롯데전도 티켓 판매 40분 만에 다 팔렸다. 고척돔을 찾은 윤현동(20) 씨는 "지인들이 예매하지 못해서 혼자 왔다. 야구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웃었다.
대전 한화-SK전은 27일 관중을 맞이한다. KIA-삼성전이 열린 광주 지역은 현재 지역 감염자 발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상황이어서 추후 관중 입장을 허용할 예정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원활한 입장을 위해 예년보다 이른 시각에 경기장에 도착해 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모든 입장권은 관람객 정보 확인을 위해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관중이 입장했어도 야구장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비말 분출이 우려되는 구호나 응원가, 접촉을 유도하는 응원 등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모든 관중은 야구장 내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경기 시작 15분 전 LG와 두산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짧은 함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나왔다.
팬들은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한 칸 이상 좌석 간 간격을 두고 앉아 '플레이볼'을 기다렸다. 몇몇 팬은 준비해온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 선수들의 모습을 담았다. 김정석 키움 응원단장은 "정말 오랜만에 팬들 앞에서 응원할 수 있어 기쁘다. 무관중 경기를 치르면서 팬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아직 육성 응원은 어렵지만, 동작을 함께하면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프로스포츠 관중입장 결정 이후 처음으로 관중석의 10% 규모로 입장을 시작한 프로야구팬들이 개막 후 3개월 만에 야구장을 찾았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코로나19 안전수칙을 당부하는 안내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총 관중이 2424명이었지만, 두산은 1만~1만5000명 입장 시에 해당하는 진행요원을 배치했다. 안전수칙 준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입장권 예매를 할 수 없으며, 안전수칙을 어기지 관람객에 한해 경고 및 퇴장 등 강력한 조치가 시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는 26일 잠실구장 현장 점검을 나왔다. 또 7개 외신들도 잠실구장을 취재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관중을 만나서 반갑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져 더 많은 관중이 찾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관중이 있어야 선수들이 더 활기차게, 집중력을 갖고 플레이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구단도 팬들의 '직관(직접 관람)'을 반기기는 마찬가지였다. 3개월 가까이 관중 입장이 이뤄지지 않아 입장료와 광고, 마케팅 수익 등이 예년보다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A구단 관계자는 "현재처럼 관중 입장이 10%만 허용되면 각종 비용을 고려할 시 결국 수익은 마이너스다. 더 많은 관중이 들어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야구장에 입점한 음식점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고척돔 2층에서 분식을 판매하는 배선아 씨는 "오늘(26일) 오전 11시부터 음식을 준비했다. 야구장이 문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백수에서 탈출한 것 아닌가. 상황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관중석에서는 물과 음료만 섭취할 수 있다. 취식과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며, 지정된 공간에서만 식사할 수 있다.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를 찾은 야구팬이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 출입구로 향하고 있다. 당분간 선수와 팬의 접촉은 금지된다. 예년에는 선수들이 드나드는 잠실구장 중앙 출입구 앞에 많은 팬이 몰렸지만, 지금은 관중 이동을 막는 펜스를 설치했다. 김태형 감독은 "당분간 팬 사인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버스 안에서 손을 흔드는 정도만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KBO는 우선 10% 이내 관중 입장을 허용하고, 추이를 지켜본 뒤 단계별로 입장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앞으로도 KBO와 10개 구단은 철저한 방역 대책을 바탕으로 정부, 방역당국, 지자체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야구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