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마흔 살이 되는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9·스웨덴)가 유럽 빅리그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에서 유럽 축구 이적시장을 전문 취재하는 니콜로 쉬라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AC밀란 단장 파올로 말디니와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은 이브라히모비치의 재계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노 라이올라는 연봉 6백만 유로(약 84억원)를 원하지만, 구단은 4백만 유로(약 57억원)를 제안했다"고 27일(한국시각) 전했다. 라이올라는 이브라히모비치의 대리인이다. 유럽 축구계에선 수퍼 에이전트로 불린다.
연봉을 두고 선수와 구단간 이견이 있지만, 이브라히모비치는 답답할 게 없다. 자신의 실력이 아직도 유럽 빅리그에서 통한다는 것을 이번 시즌 증명해서다. 이브라히모비치는 LA갤럭시(미국)에서 뛰다 올 1월 AC밀란으로 이적했다. 30골을 몰아치며 2019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득점 부문 2위에 올랐지만, '나이가 많아 미국보다 수준 높은 유럽 리그에선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AC밀란도 6개월 단기계약 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예상을 뒤엎었다. 그라운드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전성기 못지 않은 공격력을 과시했다. 16경기에서 공격 포인트 11개(7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1위에 처져있던 AC밀란은 이브라히모비치 가세로 6위로 올라서며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여러 팀으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고 있는 이브라히모비치는 평소 자신만만한 성격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드러냈다. 그는 "나는 그저 워밍업을 할 뿐"이라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999년 프로에 데뷔한 이브라히모비치는 바르셀로나(스페인)·유벤투스·AC밀란(이상 이탈리아)·파리생제르맹(프랑스)·맨유 등을 거치며 세계 정상급 골잡이 반열에 올랐다. 그는 모든 소속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덕분에 ‘우승 청부사’로 불린다. 팬들은 그를 ‘이브라카다브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법사들이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외는 마법의 주문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와 그의 이름을 합성해 만든 별명이다.
불혹을 앞두고 흔들림 없는 그의 득점 비결은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슈팅 능력이다. 이브라히모비치(1m95㎝)가 큰 키에도 유연성이 좋은 것은 어린 시절 태권도를 수련한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태권도 유단자다. 지난해 9월 기록한 개인 통산 500호 골도 태권도를 연상시키는 돌려차기 오른발 슛으로 뽑아냈다. 불혹을 앞두고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브라히모비치를 칭찬하기 위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거론한다.
실력도 좋지만 입담도 거침없다. 이브라히모비치는 늘 자기가 세계 최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자서전 제목도 ‘나는 즐라탄이다(I am Zlatan)’였다. 그는 자신감이 지나쳐 막말 수준의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지난 시즌 LA갤럭시 라이벌 팀 LA FC 전을 앞두고 “나는 피아트(이탈리아 국민차) 사이에 놓인 페라리(이탈리아 수퍼카)와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실력이 미국 리그보다 한참 위라는 뜻이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실제로 LA FC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그는 인스타그램에 “내가 곧 LA다”라는 글을 올렸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