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23·두산)는 2019시즌 14번째 등판에서 9번째 승리를 거뒀다. 평균자책점(3.36)도 준수했다. 13점을 한번에 내준 6월 1일 KT전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2.10까지 내려간다.
2020시즌 이영하의 같은 등판 수 성적은 3승·6패, 평균자책점 5.70. 두산의 '미래 에이스'는 매우 고전하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까지 몸 상태가 좋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밀린 뒤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시즌 첫 등판(5월 6일 LG전)에서 6⅓이닝 1자책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지만, 이후 여덟 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준비 부족이다. 그게 (이영하의) 실력"이라며 일침을 가하다가도 "구위나 투구 밸런스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기대했다. 7월 1일 고척 키움전, 7일 잠실 LG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전환점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에는 리그에서 가장 탄탄하다는 두산 야수진이 이영하를 돕지 못하고 있다. 14일 잠실 SK전에서 이영하는 5회까지 2점을 내줬다. 3-2로 역전한 뒤 맞이한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무사 1루에서 최정의 평범한 땅볼을 3루수 최주환이 잡았지만, 2루에 악송구했다. 공이 2루수 오재원의 글러브에 맞고 외야로 흐르는 사이, 1루 주자 최준우가 3루까지 밟았다.
이어진 1사 1·3루 위기에서 이영하는 한동민을 상대했다. 평범한 좌측 뜬공을 좌익수 김재환이 놓쳤다. 타자마저 아웃이라고 생각할 만큼 평범한 공이었다. 이영하는 이후 윤석민과 정진기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강판됐다.
김태형 감독은 "타선이 역전에 성공하다 보니 이영하가 실점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보였다. 선두타자 최준우와의 승부 상황부터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차라리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나았다"고 말했다.
26일 잠실 LG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이영하는 6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했다. 2-1로 앞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무사 1루에서 김호은을 땅볼로 유도했지만, 2루수 최주환이 포구 실책을 범했다. 1루 주자는 3루까지 밟았다.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5월 13일 사직 롯데전부터 꼬였다. 4회까지 2실점을 했지만, 5회 선두타자 정보근의 땅볼을 류지혁(현 KIA)이 잡지 못했다. 이후 흔들린 이영하는 밀어내기 볼넷과 2타점 좌전 안타를 맞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이영하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26일 LG전 최주환의 실책 뒤 이어진 유강남과의 승부 때 불안한 모습이 보였다. 초구부터 아주 높게 날아가더니,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포심 패스트볼도 타자 머리(우타자 기준) 근처로 향했다.
이영하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결국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시속 143㎞ 컷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려 역전 적시타로 이어졌다.
두산 야수진의 실책, 실책성 플레이는 대체로 이영하의 투구 수가 80개를 넘어선 시점에 나왔다. 두산이 공격력 유지를 위해 몇몇 야수가 서브 포지션으로 이동한 상황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영하는 지난해 17승을 거뒀다. 당시에는 야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올해는 1선발을 도약을 꿈꿨다. 주위의 기대도 함께 커졌다. 이게 이영하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이영하를 향해 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