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트로트판 갑질이다. 2017년 아이돌 오디션 경쟁 속 방송사 갑질이 화두에 올랐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 트로트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론칭을 대기 중이다. 케이블 채널은 물론 지상파에서도 '트로트 코인'에 탑승했다. 붐을 일으킨 TV조선 '미스트롯'도 연말께 시즌2로 돌아온다. 시류에 휩쓸린 편성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식상함을 감내해야 할 시청자뿐만이 아니다. 가요 기획사들도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느라 방송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순수 지원으로 들어온 아마추어만으로 쇼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작가들이 트로트 가수들을 다수 키워낸 소속사 혹은 트로트로 전향하면 좋을 것 같은 가수들 측에 섭외 전화를 돌린다"고 말했다.
지원 여부는 자유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10월 MBC '트로트의 민족', 11월 KBS '트롯 전국체전', 12월 TV조선 '미스트롯2' 등 프로그램 등이 줄이어 론칭하기 때문에 작가들 사이 섭외 전쟁이 뜨겁다는 전언이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연락을 동시에 받은 회사들은 난감해졌다. 혹시나 A 방송사를 택했다가, B사 음악방송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 익명의 매니저는 "그 누구도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음악방송 출연권이 암묵적으로 엮여 있는 분위가 감지되는 건 사실"이라며 중립의 태도를 보였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음악방송 갑질 논란이 있는 모 방송사 측은 "트로트 판 망치려 뛰어들었다"는 말로 곳곳에 압박을 줬다는 후문이다.
특히 '미스터트롯' 출신들은 트로트 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인지도와 실력이 보장된 만큼 섭외 전화가 쏟아지는 실정. 한 관계자는 "잘 이용하면 득이 되겠지만 괜히 물려서 얻는 것 없이 이용만 당할까봐 고민"이라고 밝혔다. 인기 중견 트로트 가수들도 난처하다. 한정적인 심사위원 풀에 제안이 돌고 돌아, 결국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식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방송국이 소재 돌려막기로 후퇴하는 동안 시청자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플랫폼은 다양해졌고 자기 콘텐트가 권력이 된 세상이다. 더 이상의 갑질 섭외는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