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리그(CPBL)에서 뛰고 있는 왼손 투수 라이언 카펜터(30·라쿠텐)가 KBO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관계자는 "최근 국내 A구단이 CPBL에서 뛰고 있는 카펜터를 체크했다"고 밝혔다. A구단은 외국인 투수 한 명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 그를 교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디트로이트 소속으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카펜터는 지난 1월 CPBL 라쿠텐 몽키스와 계약했다. 시즌 15경기(선발 14경기)에 등판해 6승 3패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했다. '타고투저' 기조가 심한 CPBL에서 4일 기준 평균자책점 공동 3위(1위 호세 데 폴라·3.65)에 올라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0마일(144.8㎞) 정도로 빠르지 않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다양하게 섞어 던진다.
국내 B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왼손 투수인 데다 키(196㎝)가 크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SK에서 뛴 스콧 다이아몬드 같은 유형"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KBO리그에서 뛴 다이아몬드는 그해 10승 7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시속 140㎞대 초반 직구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조합했다. 타자를 힘으로 압도하기보다 완급조절로 범타를 유도하는 투수였다.
카펜터는 CPBL에 입성하기 전 KBO리그 구단이 영입을 고려했던 선수다. 국내 C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영입 후보군 중) B그룹 정도로 검토했던 투수다. 패스트볼이 빠른 건 아니지만, 변화구를 던질 줄 안다"고 평가했다. 카펜터는 MLB 통산(2년) 성적이 2승 8패 평균자책점 8.57이다. 마이너리그에선 잔뼈가 굵다. 통산(9년) 185경기에 등판해 50승 61패 평균자책점 4.90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국내 구단은 CPBL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대만 리그의 수준을 KBO리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MLB가 '지각' 개막했고, 마이너리그는 아예 취소됐다.
리그가 파행 운영되면서 미국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게 쉽지 않다. 계약하더라도 입국 후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어깨 상태가 민감한 투수는 교체가 더 까다롭다.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려면 한동안 2군(퓨처스)에서 몸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7월 초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을 퇴출한 SK가 투수가 아닌 외국인 타자 타일러 화이트를 영입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예년과 다르게 CPBL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었다는 사실이 카펜터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관건은 영입 의지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카펜터는 라쿠텐과 계약할 때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했다. 7월 31일까지 일정 금액의 이적료가 지급되면 라쿠텐과의 계약이 풀릴 수 있었다. 구단과 별도의 협상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8월이 시작되면서 바이아웃 조항 발동이 불가능해졌다. 국내 구단이 카펜터를 영입하려면 라쿠텐과 협상해 이적료를 논의해야 한다. 영입 과정이 더 까다로워졌다.
일단 A구단은 부진에 빠진 외국인 투수에게 기회를 더 줄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늦게 개막한 올 시즌에는 포스트시즌 출전이 가능한 외국인 선수 교체 데드라인이 8월 15일에서 9월 1일로 늦췄다. 시간 여유가 조금 더 생겼다. 그러나 향후 등판 결과에 따라 결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