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정상화를 꾀하고 있지만 여전한 코로나19 시국, 여름 스크린 시장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블록버스터 한국영화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며 꿋꿋한 흥행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여름은 매 해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혔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조금은 분위기가 다른 것이 사실. 방학도 줄어 들었고, 장마까지 겹치면서 극장 나들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내는 관객들이 있기에 어느 때보다 'K-무비'의 자부심도 높아진다.
이에 감독과 배우들도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봉 전 후 다양한 홍보 방식을 통해 소통하기는 하지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서로 같이 눈맞춤을 하는건 또 다르다. 시국 핑계를 대지만 영화만 띡 걸어 놓은 채 "보러 와주세요"라고 말만하는 것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 눈치보며 영화를 개봉시킨 7월을 넘어 8월에는 무대인사 시간도 열렸다.
올 여름 모든 시작점에는 '반도(연상호 감독)'가 있다. 무대인사 역시 '반도'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팬데믹 이후 국내 개봉작 중 첫 35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반도'는 '흥행 기념 무대인사'라는 타이틀로 지난 1일과 2일 주말 무대인사를 진행했고, 8일과 9일에도 연이어 관객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흥행이라는 큰 숙제를 이미 넘어선 만큼 고마운 마음이 가득했을 감독과 배우들이다.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강동원, 이정현, 이레를 주축으로 권해효, 김민재, 김도윤, 구교환 등 배우들은 따로 또 같이 '반도' 무대인사에 참여했다. 개봉 3, 4주차에 무대인사로 의기투합할 만큼 '반도' 팀은 그 누구보다 '반도'에 열정적인 애정을 표하고 있다. '반도' 스케줄을 0순위로 놓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영화계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는 '반도'의 힘이 발휘된 결과다.
마스크를 끼고 인사해야 하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연상호 감독은 "관객분들 덕분에 300만을 넘어 400만을 향해 가고 있다. 감사하다", 강동원은 "어려운 시기에도 전 세계적인 사랑을 해주고 계신 관객분들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이레는 "스피드 넘치는 운전은 제가 할 테니, 관객분들은 안전 운전하시기 바란다", 김도윤은 "아직 ‘반도' 안왔다. 남은 반 더 가야 하니 응원 부탁드린다"는 센스를 내비쳤다.
'반도'에 이어 '강철비2: 정상회담(양우석 감독)'도 관객들과 만남에 주저함이 없다. '반도'에 비해 2주 늦게 개봉한 '강철비2: 정상회담'은 '개봉 기념 무대인사'가 됐다. 2일 양우석 감독과 정우성이 극장을 순회했고, 8일과 9일에는 '강철비2: 정상회담'의 최고 수혜자이자 히든카드로 관심 받고 있는 백두호 부함장 신정근이 가세해 열화와 같은 환호를 이끌어내고 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영화다. 여름시장 포문을 열며 화제성을 지킨 '반도'와 한 주 뒤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 사이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베일벗은 여름 개봉작 중 가장 많은 호평을 받으면서 시작부터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 영화 속 한반도의 운명과 왠지 모르게 닮아 보이는 모양새다.
정우성은 8일 자신의 SNS에 무대인사 중 신정근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진 속 정우성과 신정근은 노메이크업에 편안한 비주얼로 신바람난 듯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 꼭꼭 챙겨 끼고 있는 마스크도 눈에 띈다. 신정근이 정우성의 적극적 추천으로 '강철비2: 정상회담'에 합류한데다가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이로 함께 무대인사를 도는 개인적 감회들도 남달랐을 터. 영화나 장외 스토리나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강철비2: 정상회담'이다.
이에 따라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팀도 무대인사를 준비 중이다. 화력 높은 첫 주는 넘기고 2주 차부터 무대인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상반기내내 발들이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극장이다. 특히나 밀폐된 공간이라 가장 먼저 발길이 끊겼고, 가장 늦게 문이 열릴 곳으로 예측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예전처럼 영화관에 마음 편히 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가득했는데, 'K-방역'을 바탕으로 모두가 합심한 결과 조금씩 정상화의 길이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그래서 이번 무대인사들이 더욱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무대와 객석을 떠나 똑같이 코로나19를 버티고 있는 1인으로서 마주하며 인사하는 것에 비슷한 심경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마스크 위 눈빛 교환만으로도 알 수 있다. 영화의 성패는 결국 관객에게 달렸고, 늘 '감사하다' 말하지만 올해는 더욱 더 진심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