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9일 현재 팀 타율 0.298, 460득점을 기록 중이다. KBO리그에서 타율 1위, 득점 2위다. 그러나 8월 7경기에서는 타율(0.276) 5위, 득점(34점) 4위에 그치고 있다.
야수진 침체의 영향을 두산의 제1선발 라울 알칸타라(28)가 받고 있다. 그는 최근 등판한 세 경기에서 경기당 2점의 득점 지원밖에 받지 못했다. 알칸타라는 이 기간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기록했지만, 한 번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그가 3연속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건 올 시즌 처음이다.
알칸타라가 지난달 28일 잠실 키움전에 등판했을 때 두산 타선은 6회까지 2점만 뽑았다. 지난 2일 창원 NC전에서 그는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은 3득점에 그쳤다. 강우콜드 무승부(1-1)로 끝난 8일 잠실 롯데전에서 알칸타라는 6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득점 지원은 박세혁의 솔로 홈런으로 얻은 1점뿐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최근 알칸타라가 나선 경기에서 타자들이 좋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알칸타라는 7월 넷째 주까지 경기당 5.21점의 득점 지원을 받았다. 두산 선발투수 야수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는 투수였다. 그러나 에이스 알칸타라 등판일 승률이 갑자기 떨어지고 있다. 두산의 흐름이 썩 좋지 않다는 증거다. 지난달 27일까지 알칸타라가 등판한 14경기에서 두산의 패전은 두 번뿐이었다. 최근 세 차례 알칸타라 등판 경기에서 두산의 성적은 1승1무1패에 그쳤다.
알칸타라의 불운은 두산의 '여름 위기론'과 맞닿아 있다. 7월 셋째 주 이후 두산의 승률은 5할(9승·2무·9패)이다. 이전 58경기(0.586)보다 꽤 떨어졌다. 9일 현재 두산은 2위 키움에 2.5경기 뒤진 3위에 올라 있다. 4위 LG에 1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두산의 공격력이 조금씩 저하된 탓이다. 에이스 등판 경기에서 야수진의 득점력이 떨어진 점은 분명 이상 징후다.
KBO리그에서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두산의 수비력도 헐거워졌다. 국내 에이스 이영하(23)가 이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이영하는 7일 롯데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첫 무실점 투구. 두산 타선은 그가 마운드에 있을 때 3점을 지원했다. 이영하는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으나 결과는 '노 디시전'이었다. 두산은 4-0으로 앞선 8회 수비에서만 7점을 내주며 4-8로 역전패했다. 무사 1루에서 2루수 오재원이 송구 실책을 저질러 실점의 빌미를 줬다.
이영하가 수비 탓에 고전한 경기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지난달 14일 SK전 6회 수비에서는 3루수 최주환과 좌익수 김재환의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LG전에서도 7회 수비가 흔들리며 점수를 내줬다. 리그 최강의 수비력을 자랑한다는 두산답지 않은 플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두산은 외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과 이용찬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펜 정상화도 더디다. 게다가 야수진에서 부상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위권을 지키는 건 두산의 저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조해지는 득점력과 경기 후반에 쏟아지는 야수진의 실책성 플레이는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다. 두산의 후반기가 걱정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