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키움전 NC 나성범이 3회말 2사 2루에서 2점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득점이 필요한 순간, 나성범(31·NC)의 배트는 매섭게 돌아간다.
나성범은 18일까지 76경기에 출전해 결승타를 11개 기록했다. 이정후(키움), 최형우(KIA·이상 13개)에 이은 KBO리그 결승타 부문 3위. NC 타자 중에서는 독보적이다. 유일하게 두 자릿수 결승타를 기록 중이다. 팀 결승타 49개 중 22.4%를 혼자 책임졌다.
18일 창원 키움전에서도 그의 가치가 빛났다. 이 경기 전 NC는 2위 키움에 0.5경기 차로 쫓기고 있었다. 맞대결에서 패하면 순위가 바뀔 수 있었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를 앞둔 NC 더그아웃 분위기는 꽤 무거웠다. 직전 열린 LG와의 홈 3연전을 모두 패했기 때문에다. NC의 지난 10경기 성적도 3승 7패로 하락세가 뚜렷했다.
해결사는 역시 나성범이었다.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1-1로 맞선 3회 말 1사 2루에서 사이드암 한현희의 3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넘기는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승기를 잡은 NC는 리드를 지켜내며 5-1로 승리. 키움과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
부상 공백이 무색하다. 나성범은 지난해 5월 3일 경기 중 3루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 무릎이 심하게 꺾였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그는 이틀 뒤 수술대에 올랐다. 오른 무릎 전방십자인대 및 내측 인대 재건술과 바깥쪽 반월판 성형 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그대로 시즌 아웃. 프로 입단 후 경험한 가장 큰 부상이었다.
나성범에게 재활 훈련은 긴 터널 같았다. 착실하게 치료 일정을 마친 그는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연습경기를 거쳐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놀랍게 빠른 속도였다.
당시 나성범이 그라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타격할 때 체중을 지탱하는 무릎이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한 것이다.
나성범은 5월 5일 삼성과 개막전부터 불을 뿜었다. 0-0으로 맞선 4회 초 삼성 선발 백정현을 공략해 결승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백정현은 통산 NC전에서만 12승(1패)을 따낸 '천적 투수'였다. 당시 NC 양의지는 "(나성범의 활약은) 눈에 보이기도 하지만,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많이 있다. 우리 팀 중심타자로서 사기를 올리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나성범은 시즌 내내 뛰어난 클러치 능력을 뽐내고 있다. NC 제공 나성범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갔다. 5월 19일 두산전에선 팀을 7연승으로 이끄는 천금 같은 안타를 기록했다. 6월 5일부터 열린 대전 원정 3연전에선 1차전과 3차전 결승타로 시리즈 스윕을 이끌었다. 7월 19일 창원 KT전에서도 결승타를 날렸다. 손바닥 염증 부상에서 복귀한 지 이틀 만이었다.
나성범의 득점권 타율은 0.330. KBO리그 25위다. 시즌 타율(0.313)보다 높지만 아주 돋보이는 건 아니다. 팀 동료 박민우(0.426), 양의지(0.420)와 비교하면 득점권 타율이 1할 가까이 낮다. 시즌 결승타가 2개인 노진혁(0.333)에게도 득점권 타율은 뒤진다. 하지만 나성범의 클러치 능력은 득점권 타율로 설명할 수 없다. 그는 11개의 결승타 중 1회에만 6개를 때려냈다. 상대 선발 투수에게 초반부터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18일 경기 후 나성범은 "다들 많이 지친 상태였고, 지난주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중요한 상대를 만나다 보니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팀에 보탬이 되려고 집중했다. 찬스가 나면 어떻게든 타점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채종범 NC 타격 코치는 "팀의 간판타자이며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나성범이 중심타선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투수들에게 굉장한 압박이 될 것"이라며 흐뭇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