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24분, 송시우의 발 끝에서 '단두대 매치'의 승부를 가를 극적인 결승골이 터졌다. 골을 터뜨린 송시우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목을 가리키는 '시계 세리머니'를 다시 한 번 선보였다. 해결사가 필요할 때마다 반복된 인천의 '시우타임'이 그라운드에 펼쳐진 순간이었다.
첫 승으로 깨어난 잔류왕의 DNA가 시즌 첫 2연승으로 이어졌다. 인천은 2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7라운드 수원 삼성과 맞대결에서 송시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인천은 16라운드 대구 FC전에서 거둔 시즌 첫 승에 이어 2연승에 성공하며 2승5무10패(승점11)를 기록했다. 순위는 여전히 12위지만, 11위 수원(3승5무9패·승점14)과 차이는 3점으로 줄어 들었다.
현재 K리그1 가장 아랫쪽에 위치한 두 팀의 대결은 '단두대 매치'로 시작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 라운드에서 첫 승에 성공한 인천은 안방에서 수원을 잡고 꼴찌를 탈출하겠단 의욕을 불태웠고, 수원은 상대 전적에서 크게 앞서는 인천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 차이를 벌리겠다는 각오로 맞이한 경기였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으로는 두 팀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탐색과 역습을 이어가던 경기는 전반 39분 양준아가 공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오반석의 핸드볼 파울이 선언되며 수원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페널티킥을 선언했던 주심이 비디오 판독(VAR) 후 판정을 철회하며 균형을 깰 기회도 사라졌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두 팀은 후반 나란히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천이 먼저 후반 11분 아길라르 대신 송시우를 투입했고 수원도 박대원과 박상혁을 차례로 빼고 안토니스와 최성근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교체 카드 효과를 본 쪽은 인천이었다.
후반 24분, 송시우가 뒤에서 날아온 패스를 잡아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 들었다. 헨리를 비롯해 수원 수비들이 송시우를 막으러 달려 들었지만 침착하게 수비를 벗겨낸 송시우는 오른발 슈팅으로 굳게 닫혀있던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0-0에서 1-0으로 바뀐 전광판의 숫자는 수원에 초조함을 안겼다. 수원은 곧바로 타가트와 안토니스, 그리고 최성근을 앞세워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나 최성근의 슈팅이 이태희의 정면을 향하는 등 좀처럼 골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까지 모두 흐르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두 팀의 스코어는 변하지 않았고 경기는 인천의 1-0 승리로 끝났다. 시즌 첫 2연승과 '잔류왕 DNA'의 건재함, 그리고 생존의 가능성까지 승점 3점 이상의 소득을 얻은 인천 선수들은 환한 미소로 그라운드에서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