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2년여 만에 벤츠를 누르고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월 기준 역대 최대 판매량도 경신했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8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는 2만189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증가했다.
BMW는 이중 가장 많은 7252대를 판매했다. BMW가 수입차 1위를 차지한 것은 2017년 12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BMW의 8월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69% 늘어난 것으로 BMW가 국내에서 차를 판매한 25년 중 최대치다.
5시리즈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BMW 520은 1097대로 최다 판매 모델이 됐고 520d와 530은 각각 727대, 547대로 베스트셀링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을 포함해 5시리즈는 총 2834대가 팔렸다.
스포츠다목적차(SUV) 라인업인 X시리즈도 2765대가 판매되면서 실적을 함께 이끌었다. X3와 X4, X5, X5, X7 등의 주요 모델이 모두 200~300대가량 팔리면서 고른 활약을 했다.
BMW의 기세에 최근 몇 년간 줄곧 1위를 유지했던 벤츠는 2위로 내려왔다. 지난달 판매는 6030대로 성적이 나쁘지 않다. 벤츠의 올해 1~7월 평균은 5940대다.
BMW의 정상궤도 진입을 두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정체됐던 물량 수급 문제가 해소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도 "누적된 대기 고객을 대상으로 출고가 진행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며 "아직도 대기 수요가 있어 물량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8월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국 시장을 겨냥한 '지속적인 신차 투입'도 판매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BMW는 2년 전 불거진 차량 화재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가 급추락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신형 X1·X2·X6, 8시리즈 등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초 1시리즈, 2시리즈 등 신차를 선보이는 등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신차 공세를 펼쳐왔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주력 모델인 5시리즈 신모델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하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다진 바 있다. 또 최근 한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한 한정판 모델을 매달 선보이고 있다.
BMW가 화재의 악몽에서 벗어나면서 남은 하반기 벤츠와의 1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두 회사는 오는 11월 약속이라도 한 듯 주력 모델인 5시리즈와 E클래스 신모델을 나란히 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BMW는 물론 벤츠의 강세도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두 업체가 선두 경쟁을 하는 가운데 판도는 핵심 모델인 신형 5시리즈와 E 클래스의 판매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