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지난달 26일 대들보가 하나 빠졌다. 간판타자 박병호(34)가 손등 미세 골절로 1군에서 제외됐다. '최소 3주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올 시즌 극심한 타격 슬럼프(83경기·타율 0.229)를 겪고 있는 박병호지만 그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부상 전까지 20홈런을 때려내 팀 내 2위. 통산 홈런이 무려 306개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투수가 느끼는 중압감은 겉으로 드러난 기록 그 이상이었다. 박병호의 팀 이탈은 키움 타선의 무게감을 크게 떨어트릴 수 있는 악재 중 하나였다.
위기 상황 속 팀의 버팀목은 김하성(25)이다. 김하성은 박병호가 1군에서 빠진 뒤 치른 첫 12경기(8일 기준)에서 타율 0.435(46타수 20안타)를 기록했다. 이 기간 키움의 팀 타율은 0.270. 김하성의 성적을 빼면 수치가 리그 최하위인 0.249까지 떨어진다.
팀 전체 안타의 15.7%를 혼자서 책임졌다. 출루율(0.527)과 장타율(0.826)을 합한 OPS도 1.353으로 수준급. 도루성공률까지 100%(5회 시도)이니 흠잡을 곳이 없다. 유격수와 3루수를 번갈아가며 출전해 체력 소모가 크지만, 타석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8일 인천 SK전에선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2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6타수 4안타(2홈런) 4타점 2득점 원맨쇼를 펼쳤다. 키움은 4회까지 2-10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경기 중후반 김하성의 활약을 바탕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주자가 쌓이면 직접 해결하고 때론 중심타선에 찬스를 연결했다. 3연패에 빠져 있던 팀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커리어 하이를 향해 가고 있다. 8일 경기를 통해 개인 한 시즌 커리어 하이(종전 2017년·23개)인 24홈런 고지를 밟았다. 겨울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무엇보다 도루를 19번 시도해서 100% 성공. 한 개만 더 추가하면 '20-20'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2016년에 이미 '20-20'을 달성했지만, 당시엔 타율이 0.281이었다. 올 시즌엔 타율까지 3할을 유지하고 있어 의미가 더 크다. '리그 최고의 공격형 유격수'라는 평가만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수치가 남다르다.
김하성은 중견수 이정후(22), 2루수 김혜성(21)과 함께 키움의 미래이다. 그래서 어깨도 더 무겁다. 박병호가 빠진 기간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는 "항상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누구보다 박병호의 빠른 복귀를 기다린다. 김하성은 "(1군에) 박병호 선배가 없는 게 엄청 크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팀 내에서 분위기나 다른 많은 것을 신경 썼다는 걸 느끼고 있다. 박병호 선배가 올 시즌 야구가 잘 안 되고 있지만, 주장인 (김)상수 선배랑 팀을 이끄는 게 정말 힘들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존경한다"며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