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연임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시아나항공 M&A 무산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지연 등 굵직한 과제를 매듭지어야 할 중요한 수장 자리이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날 이동걸 회장 연임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산은의 전무이사가 대행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이 회장의 제청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 산은 회장에 부임해 이날 임기 만료된다. 하지만 연임이 결정되면 임기는 2023년 9월까지로 늘어난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차기 산은 회장에 대해 뚜렷한 하마평이 나오지 않으며, 이 회장의 연임 관측에 무게가 실려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연임을 거부하고 나서며,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충분히 피곤하다. 남은 임기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더 이상의 미련이 없다”며 “그다음에 대해선 생각하지도, 생각할 필요도, 생각할 시간도 없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연임하면 1994년 이후 26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네 번째 산은 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1954년 산은이 설립된 이후 그동안 연임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구용서 전 총재(1954~1958년), 김원기 전 총재(1972~1978년), 이형구 전 총재(1990~1994년)의 세 명뿐이었다.
이 회장은 지금껏 한국GM,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등 굵직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올 들어 코로나19 소방수로 전면에 나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적극 지원해 주목받았다.
산은은 현재 산적해 있는 M&A 등 업무에 드라이브를 걸 수장이 필요하다.
먼저 아시아나항공 M&A 방향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M&A 협상이 무산되면서, ‘일시적인 국유기업’으로서 아시아나항공을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 항공 매각은 사실상 결렬 상태로 채권단의 ‘발표’만 남은 상태다. 당장 정부는 11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 지원 방식을 결정하는데, 산은의 수장도 함께하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관리도 산은이 실무를 맡아야 한다. 이제서야 뼈대가 나온 뉴딜펀드는 앞으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게 돼, 산은에 새롭게 주어진 숙제다.
이외에도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등의 매각 작업은 아직 매듭짓고, 두산그룹 경영정상화, 개점휴업 상태인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 등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회장 이야기가 나올거 였으면 진작 하마평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