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챔피언결정전은 지난 2011시즌을 끝으로 사라졌다. 2012년부터 K리그는 스플릿시스템을 도입했고, 플레이오프 없이 정규리그 순위로만 우승 팀을 가렸다. 2020시즌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은 그대로다. 하지만 느낌은 챔피언결정전이다. 1위 울산 현대와 2위 전북 현대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이 챔피언결정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오는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전북이 K리그1 21라운드를 치른다. 올 시즌 내내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두 팀, 이번 경기는 우승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는 시즌 최대 빅매치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최근 하락세를 겪고 있다. 울산은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47점을 기록했다. 전북은 2연패를 포함해 3경기에서 무승(1무2패)을 거두며 승점 42점에 머물렀다. 1위와 2위의 격차는 5점. 두 팀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또 가장 중요한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상대를 침몰시켜야 한다.
울산이 승리한다면 전북과 격차는 8점 차로 벌어진다. 사실상 울산의 우승이 확정적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반대로 전북이 승점 3점을 챙긴다면 울산에 2점 차로 추격할 수 없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우승 팀은 안갯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최근 두 팀이 하락세를 겪고 있는 가운데 타격이 큰 쪽은 전북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위용을 잃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떠난 김진수(28)의 공백도 메우지 못한 모습이다. 울산과 격돌을 앞두고 불안감이 크다. 하지만 전북은 큰 경기, 중요한 경기에 강했다. K리그1 3연패의 경험과 저력이 빅매치에서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전북은 울산에 강했다. 지난 6월 28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9라운드로 펼쳐진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전북이 2-0 완승을 거뒀다. 한교원(30)과 쿠니모토 다카히로(23)가 연속골을 넣었다. 울산은 수비수 김기희(31)가 퇴장을 당하는 악재 속에 무언가 해보지도 못한 채 무너졌다. 울산이 이번에도 밀린다면 2019년 준우승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김도훈(50) 울산 감독은 20라운드에서 대구 FC와 1-1로 비긴 뒤 "승점 1점이 아쉽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감독인 내가 잘못했다.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힘든 상황들이 많은데 잘 극복하겠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며 "전북도 마찬가지로 막바지 경쟁 속에서 힘든 상황이다. 더 준비하고 슈팅력과 결정력을 키우는 팀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팀이 울산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호세 모라이스(55) 전북 감독은 20라운드에서 광주 FC와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는 "이기지 못해 상당히 아쉽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전북 선수들은 큰 경기에서 잘 한다. 상대가 울산이라고 해서 따로 준비할 건 없다. 선수들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미팅을 통해서 이야기하겠다"고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두 팀은 이미 상위 6팀이 포함돼 경쟁을 치르는 파이널 A 진입을 확정지었다. 따라서 이번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 이후 파이널 A에서 시즌 마지막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경기가 챔피언결정 1차전이라면 파이널라운드에서 치러지는 다음 경기가 챔피언결정 2차전이 되는 셈이다. 느낌만은 완벽한 두 팀의 챔피언결정전에 K리그 모든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