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드라마 왕국 SBS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금토극 '앨리스'에서 두 가지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주원(박진겸)의 엄마 박선영이자 괴짜학자 윤태이다. 처음 캐스팅 발표가 난 뒤 실제 열 살 가량 차이나는 김희선과 주원이 모자지간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우려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김희선은 최대한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옷도 수수하게 입으며 늙음을 연기했다. 교복을 입은 주원과 얼굴은 그렇지 않지만 평범함을 위해 노력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모자(母子)로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물리학과 교수로는 32세다. 성격있는 교수 역할을 위해 강렬하고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시선을 끈다. 그리고 그 교수가 되기 전 풋풋한 대학생까지 오간다.
김희선은 미래에서 온 아들을 향한 놀라움·반가움·미안함·안쓰러움 등 만감이 교차하는 감정을 섬세한 열연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을 감정 이입하게 만들었다. 대학생과 물리학자, 엄마 모두 180도 다른 눈빛이다. 이처럼 김희선은 다양한 캐릭터의 감정을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그려내 보는 내내 감탄을 터뜨리게 하고 있다.
그 절정은 지난 5회였다. 60분, 제한된 시간에 한 인물이 각기 다른 옷과 설정으로 다양한 시대를 다니는 캐릭터는 국내 드라마에 없었다. 비주얼로 납득을 시켜야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제약도 많지만 김희선이 그 어려운 걸 해냈다. 특히 20대로 돌아간 모습은 1999년 방송된 드라마 '토마토' 속과 흡사하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건 흔히 말하는 '방부제 미모'다. 실제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하는 비주얼은 오히려 현재 나이가 제일 어색할 정도로 지나친 동안이다.
앞서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백수찬 감독은 김희선의 역할을 두고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다양한 나이 대를 오가야하는데 그런 여배우가 누가 있을 지에 대한 해답은 곧바로 김희선이었다. 40대지만 30대와 20대까지 갈 수 있는 우리나라의 여배우가 또 누가 있을지에 대해 화면으로 말해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