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한 시즌 '농사'의 결과물을 수확하기까지 남은 경기는 단 5경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수가 줄어든 탓에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올 시즌, 드디어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한 K리그1(1부리그)가 시즌 종료까지 단 5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다. 순위 경쟁은 아직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난전이지만, 한 시즌을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선수들에게 주어질 개인상은 파이널 라운드 돌입과 함께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남은 5경기에서 결코 뒤집힐 것 같지 않은 부문은 득점왕이다. 홀로 24골을 폭격하며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있는 주니오(34·울산 현대)의 독주 때문이다. 주니오는 올 시즌 22경기 출전 24골을 기록 중인데, 이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 놓고 봐도 리그 득점 7위인 강원 FC(27골)보다 3골 적고 8위 부산 아이파크(21골)보다 3골이 많은 수치다. 주니오를 팀으로 놓고 생각했을 때 리그 득점 8위는 거뜬하다는 얘기다. 득점 2위 세징야(31·대구·14골)가 남은 5경기에서 역전하기 위해선 최소 10골 이상을 넣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주니오가 한 골도 넣지 못했을 경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상 득점왕은 주니오의 몫으로 이미 예약된 상황이라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시선은 주니오가 파이널 라운드 5경기에서 2012년 데얀(39·대구 FC)이 FC 서울 소속으로 기록했던 K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31골)을 경신할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향방이 뚜렷한 득점왕에 비해 도움왕은 아직 주인공을 가늠하기 어렵다. 강상우(27·포항)가 8개로 1위에 올라있지만 그를 추격하는 2위 정승원(23·대구·7개)부터 팔로세비치(27·포항), 김인성(31·울산·이상 6개), 김승대(29·강원), 손준호(28·전북), 일류첸코(30·포항·이상 5개)까지 누가 역전해도 이상하지 않다. 화력이 좋은 팀 소속이 많다보니 남은 5경기에서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은 충분하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져 온 도움왕의 11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움 기록이 올해에도 이어질 지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플레이어상의 주인공도 아직은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시즌 초부터 두각을 드러낸 송민규(21·포항). 송민규는 현재 9골 3도움으로 경쟁자들에 크게 앞서 있다. 포항이 올 시즌 치른 22경기에 모두 출전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고, 중요한 고비마다 결정력을 발휘하며 득점을 뽑아내고 있어 일찌감치 영플레이어상 후보 1순위로 낙점 받았다. 지금 기세를 파이널 라운드 5경기까지 이어간다면 송민규의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추격자'들에게도 기회는 남아있다. 광주 FC의 창단 첫 상위 스플릿(파이널 A)행을 뒷받침한 엄원상(21·광주), 15년 만의 K리그 우승을 노리는 울산 현대의 중심이 된 원두재(23)가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엄원상은 18경기 출전 6골 2도움을 기록 중인데, 쟁쟁한 상위권 팀들과 파이널 A에 묶이게 된 광주를 이끌고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평가가 높아질 수 있다. 포지션 상의 이유로 공격 포인트는 없으나, 22세 이하(U-22) 의무 출전 규정에도 해당하지 않는 만 23세 나이에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의 중심으로 거듭난 원두재 역시 정성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울산이 우승할 경우 주어질 '우승 프리미엄'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분명한 건, 개인상에 도전하는 이들 모두 파이널 라운드 5경기에서 보여줄 모습과 결과가 수상을 좌우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