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비투비(BTOB) 멤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민혁이 영화 '검객(최재훈 감독)'을 통해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다. 브라운관에서는 '대장금이 보고있다' '뜻밖의 히어로즈' '악몽선생' '달콤살벌 패밀리' 등 작품을 통해 여러 번 얼굴을 내비쳤지만 스크린 문을 두드린건 '검객'이 처음이다. '검객'을 관람한 관객과 영화 관계자들에게는 이민혁을 다시 보게 만드는 절호의 찬스가 될 전망이다.
아이돌 데뷔 후 연기에 도전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인 듯, 이젠 '연기돌'이라는 특별한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그 수가 상당히 많아진 추세다. 웹드라마 등 새로운 매체의 제작으로 시작의 기회도 많아졌지만 그저 그런 연기돌로 남느냐, 존재감을 내비치느냐는 결국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 눈에 띄는 비주얼과 타고난 능력도 단연 중요하겠지만, 이 악문 노력을 이길 순 없다.
이민혁은 '검객'에서 '배우 이민혁'의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한다. 이민혁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알고보니 일부러 감춘 비밀병기이자 히든카드였다. 알짜배기 캐릭터라는 설명이 딱이다. 등장하는 모든 순간이 중요하고, 모든 장면을 제 것으로 만들어낸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내뿜는 독기 어린 눈빛은 그저 기특하고 또 대견하다.
'검객'은 광해군 폐위 후, 세상을 등진 조선 최고의 검객 ‘태율’이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다시 칼을 들게 되면서 시작되는 리얼 추격 액션 영화다. 이민혁은 하나뿐인 왕을 지키려는 신념을 가진 겸사복 역을 맡아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다. 민승호(정만식)와 펼치는 맞대결부터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채 싸우는 '어린 검객'의 패기는 '신인 배우' 이민혁의 모습과 꼭 닮아있어 더 공감대를 높인다.
녹록치 않은 과정이 있었기에 야무진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를 곁에서 지켜 본 감독과 선배 장혁의 칭찬이 뒤따른건 당연하다. 최근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이민혁에 대해 "정말 잘해줬고, 고맙다"고 인사부터 한 최재훈 감독은 "계약 조건까지는 아니지만 '액션은 무조건 직접 해야 한다. 대역 못 쓴다'는 기준이 있었다. 오디션도 많이 봤는데, 민혁이는 캐스팅 후 놀라움을 안긴 친구였다"고 말했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이민혁은 촬영 전 부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강도 훈련을 자청, 직접 리얼한 검술 액션을 모조리 소화해 스태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유의 강렬한 눈빛과 표정으로 민첩하면서도 강인한 신념이 느껴지는 검투신을 완성, 이젠 관객들도 홀릴 차례다. 최재훈 감독은 "사실 운동을 잘하는 친구인 줄 몰라 고민이 많았는데 기우였다. 운동 신경이 그렇게 뛰어난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액션 뿐만 아니라 감정 연기도 극찬 대상이 됐다. 최재훈 감독은 "액션도 액션이지만 대사가 많은 영화가 아니라 눈빛으로 표현해야 하는 신이 많았다. 근데 민혁이가 인생의 설움, 그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눈빛으로 보여주더라"고 호평했다. 무엇보다 장혁과 싱크로율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캐릭터 특성을 위화감 없이 살려냈다는게 키 포인트다. 최재훈 감독은 "장혁의 분위기를 민혁이에게서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장혁은 선배이자 동료 배우로서 이민혁이 보여준 태도와 열정을 치켜 세웠다. "민혁이가 기본적인 운동신경이 좋은 것도 맞는데, 정말 열심히 노력을 많이 했다"고 강조한 장혁은 "캐릭터를 알아가는 과정, 그 합을 만들기까지 과정을 옆에서 지켜 본 입장에서는 진심어린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고자하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대단했다. 너무 성실한 친구이고 잘해줬다"고 다독였다.
'검객'은 이민혁이 입대 전 촬영을 마친 작품. 하지만 개봉이 미뤄지면서 전역과 동시에 개봉하는 타이밍이 맞춰지게 됐다. 이민혁이 지난 12일 의무 경찰로 복무를 마친 후 미복귀 전역함에 따라 '검객'은 공교롭게도 이민혁에게 깜짝 전역 선물이 됐다. 스크린 열일 활동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 이민혁의 발견만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이 된 '검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