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가요 천하다. 영화계가 가요계에 완벽히 점령(?) 당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5일 오전 6시50분 기준 실시간 예매율 1, 2위는 방탄소년단과 김호중의 공연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란히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의 4번째 영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실시간 예매율 25.9%로 1위, 김호중의 '그대, 고맙소: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는 25.8%로 2위에 올랐다.
근소한 차이로 1위와 2위는 시간마다 엎치락 뒤차락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스크린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방탄소년단과 김호중'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면서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예매율 1위와 함께 24일 정식 개봉한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갓 개봉한 여러 국내 신작과 할리우드 영화들을 꺾고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김호중 영화는 29일 개봉, 추석 시즌을 겨냥한다.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한국 가수 최초 웸블리 스타디움 단독 공연부터 빌보드 월간 박스스코어 1위까지, 뜨거웠던 스타디움 투어의 대장정 속,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무대 뒤 인간적 면모와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감성 다큐멘터리다.
'그대, 고맙소: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는 지난 8월 개최된 김호중의 팬미팅 ‘우리家 처음으로’ 현장을 스크린X로 생생하게 담은 영화다. 팬미팅에서 선보였던 무대 외에도 미공개 세 개의 곡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팬덤을 움직이는 아티스트의 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도 가볍게 뚫어버리는 기세다. 코로나19 여파로 확연히 줄어든 고정 스크린 수에 확고한 관객층을 보유한 작품의 화력을 일반 영화들이 이겨내기엔 힘든 것이 사실.
이렇다 할 대작도, 물량 공세도 없는 현 영화계 시점에서, 웬만한 상업영화보다 상업적인, 관객을 끌어들일 명분이 충분한 방탄소년단과 김호중의 영화는 오히려 극장에 잠시 숨통을 트여주는 깜짝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보니 경계할만한 영화계 복병이 된 방탄소년단과 김호중이다. 다만 두 작품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 관객들이 다른 영화에 몰렸을까를 가늠해 본다면 미지수다. 당분간은 스크린에서 조금 더 크게 울려 퍼질 음악 소리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