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정규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각 팀 외국인 선수 재계약 여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드류 루친스키(NC), 에릭 요키시(키움), 멜 로하스 주니어(KT) 등 투·타 개인 타이틀 경쟁을 달구고 있는 선수들은 '개인' 의지가 현 소속팀과의 동행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리그 최다 패전 투수 리카르도 핀토(SK·5승14패)처럼 이별이 예견된 선수도 있다.
몇몇 선수는 예측이 어렵다. KT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올 시즌 23경기 등판, 10승 6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다. 9월에만 4승을 거두며 두 시즌(2019~20)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채웠다. 그러나 시즌 내내 투구 기복이 크고, 정면 승부를 고집하는 성향 탓에 이강철 KT 감독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두산 크리스 플렉센도 재계약을 장담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의 포심 패스트볼은 시속 150㎞를 넘나든다. 변화구 제구력도 좋다. 5실점 이상 내준 등판도 한 번뿐이다. 단번에 무너지지 않는 투수다. 그러나 왼발 골절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했고, 최근에도 오른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다. 팀 기여도가 높지 않다.
롯데 아드리안 샘슨도 입장이 비슷하다. 그는 등판한 20경기에서 7승 10패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했다. 9월 이후 투구 내용이 이전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개인사(부친상) 등 변수에 의해 발목 잡혔다는 평가도 있다. 보여준 퍼포먼스에 비해 잠재력이 높은 선수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 영입 상황,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의 계약 여부가 그의 잔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BO리그에서 4시즌째 뛰고 있는 제이크 브리검(키움)은 내구성을 의심받고 있다. NC의 2선발 마이크 라이트도 11승(6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하며 준수한 기록을 남겼지만, 몸값(100만 달러)에 비하면 기대를 밑돌았다는 평가다.
KIA 드류 가뇽은 자신을 향한 평가를 뒤집었다. 8월까지는 그의 재계약을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9월 평균자책점 2.23(리그 4위)을 기록하면서 실력을 증명했다. 현재 그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KT 쿠에바스, 한화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이 후반기부터 상승세를 타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이들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전반기보다는 후반기 성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침 순위 경쟁 중인 팀 소속 선수가 많다. 중요한 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보여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잔류가 위태로운 외국인 투수에겐 남은 모든 등판이 매번 '쇼케이스'다. 많게는 4~5번의 등판 기회가 더 온다. 그리고 이들의 생존 본능은 리그 순위 경쟁 변수가 될 수 있다. KBO리그에 남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이전보다 더 집중력 있는 투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NC 라이트는 소속팀이 리그 1위를 확정하더라도 안도할 틈이 없을 것이다. 라이트가 5강 경쟁 중인 팀들의 순위를 좌우할 수 있는 경기에 등판할 수도 있다. 개인의 거취와 팀의 한 시즌 성패를 두고 벌어지는 일전이 앞으로 많이 남아있다. 팬들의 흥미는 더해진다.